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 무렵 동료 여직원이 한 말이다.
여직원들은 그 말이 얼마나 공감이 되었던지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방학이 되니 저녁에 집에 돌아가 할 일은 더 많아지고,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는 건 건조한 업무뿐이니 반짝이는 저녁메뉴가 떠오를 리가 없다.
허기진 배와 지친 몸으로 현관 문을 열었을때, 깨끗하게 정돈된 집과 따뜻하게 차려진 저녁 상이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아내의 역할이 단지 저녁식사 뿐일 때가 많다.
퇴근 길에 마트나 시장에 잠시 들러 찬거리를 사서 휘리릭 신선한 저녁상을 차려내는 일.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낮에 사무실에서 계획된 일들이 착착 진행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어려움 없이 지난 연후에, 그리고 내일을 기다리는 업무들이 우리의 뒷골을 잡아당기지 않을 때. 뭐 그런 삼박자가 다 맞아 떨어져서 아직도 다리에 힘이 남아 있다면 가능한 일일지도...
겨우 집 현관문에 이를 힘만 남아있어, 저녁 준비랍시고 아침에 먹던 것 데우고 냉장고에 있던 이젠 좀 그만 볼때도 된 반찬들 몇 가지로 그리 반가울 것 없는 저녁상 이면 아내도 가족들도 삭막해진다.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니 퇴근 무렵에 여직원 입에서 아내타령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집엔 두 딸이 가끔 아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엄마, 충격의 김치볶음밥 만들어 놨어. 빨리 와!"
"엄마, 일주일 동안 설겆이 내가 다했어."
"아이고 우리 딸들 장하다."
여자가 나이드는 일(아니, 딸있는 여자가 나이드는 일이라고 해야하나) 그리 슬프지만은 않은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