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by 히가시노 게이고
오랜만에 베스트셀러를 읽어 보기로 했다. 거실에 두었더니, 큰 딸이 읽어 보고 싶단다. 이틀만에 읽어 치운 딸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이 책은 너무 건전하여 자기 취향이 아니란다. 허걱~ 그럼 엄마 취향이네...
어느날 밤 십대 3인조 도둑이 빈집털이에 실패한 후 잠시 묵을 곳을 찾아 나미야잡화점에 들어가게 된다. 때마침 우편함에 고민상담 편지가 들어오고, 그들은 먼지 쌓인 주간지에서 나미야 잡화점이 상담창구로 이름을 날렸던 기사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도착한 고민상담에 나름대로 상의도 해가며 정성껏 답장을 보내게 되는데 답장을 보내주자마자 바로 회신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놀랍게도 그날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삼십여년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신비로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소개되는 네 개의 에피소드 속에는 삶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문제들이 들어 있다.
사랑과 자신의 꿈에 대한 갈등, 자신의 재능에 대한 불확실함, 인생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 성공을 향한 갈림길에서 선택의 문제 등,
고민 상담자들에게 일생일대의 심각한 문제에 나름대로 솔직하고 엉뚱한 답장을 보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후의 역사적인 사실들을 근거로 예지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도 하여 고민상담자에게 놀라운 기적의 삶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때로는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로, 때로는 그들의 편지에 지시한 대로 시행함으로서 고민상담자들은 각각 나름대로 인생의 해답을 얻고 스스로나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된다.
미숙하고 결점투성이인 십대 도둑들, 그들이 남의 인생에 상담자가 된다는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타인의 고민 따윈 관심도 없는 그들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려서까지 그들의 살길을 찾아온 철없는 도둑들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도 없이 들이닥친 고민편지는 얼떨결에 남의 삶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선생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다른 사람의 심각한 고민을 만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해보면서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생이라는 놈 앞에 진실해져 보았으리라.
그들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신비로운 상황을 테스트하기 위해 백지편지를 우편함에 넣어본다. 그때 진짜 나미야 할아버지가 답장을 보내 오고, 그 편지를 다 읽은 그들은 서로에게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젊은이가 되어 진지한 인생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난 최고의 기적은 세명의 십대 도둑들이 무한한 가능성의 새로운 인생을 향해 힘차게 출발하게 된 이 사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