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이 날까.
며칠전 점심 식사중에 최근 장모상을 당한 계장님으로부터 시작된 부모님 이야기가 각자의 사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 과장님은 부모자식간에는 닮는다며 사고를 친 아들을 경찰서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수십년 전 같은 길을 동일한 상황으로 아버지 앞서 가던 자신을 떠올렸노라고. 그때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의연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한다. 자식 키우면서 자신도 많이 배우고 있노라고...
나도 '부모님' 하면 늘 빼먹지 않는 엄마 이야기를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와 외할머니가 참 많이 닮아서 외할머니와 같이 있으면 엄마와 같이 있는 듯 했던 기억이 났다. 엄마는 지금 내 나이쯤 되었을 때 외할머니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그 길로 돌아가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과장님은 외할머니가 엄마를 너무 사랑하셔서 데려가신 거라고 한다. 나는 그때 어린 우리를 두고 외할머니 따라 훌쩍 가버린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엄마가 우리보다 자기 엄마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후 삼십년의 세월 동안 외할머니가 엄마를 너무 사랑하셔서 데려가신 거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 봤다.
그런데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그날 내 가슴에 사무쳤다. 부잣집 외동딸을 가난한 집에 시집 보내놓고 온갖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외할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간신히 눈물은 참았지만, 그날 종일 엄마 생각이 났다. 지금까진 늘 보고 싶은 엄마였는데, 문득 가여운 엄마가 되었다. 늘 고목나무 같았는데, 그 엄마는 자기 엄마가 보고 싶으면 안되었는데, 지금 내가 그 자리에 서 보니 한없이 여린 한 여인네였다. 그도 어머니가 세상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소중한 딸이었다. 그 가슴 속엔 여전히 잔잔한 시냇물이 흘렀을 테고, 버들강아지도 피었을 테고, 까르르 웃음도 지나갔을 테고, 가슴 한 켠에 눈물도 스몄다가 말랐을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