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딸들이 생일날 해준 일

안동꿈 2015. 2. 15. 21:30

지난 주간은 무지막지한 날들이었다. 다음 날 지장이 있을 정도로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고, 또 새벽같이 출근하여 일을 해도 쌓인 일들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불쑥불쑥 발생하니 설상가상이었다.

 

주중에 내 생일이 끼어 있었다. 내 생일인데 미역국 안 끓여도 뭐 어떨라구, 하며 여느 때처럼 식사준비 후 출근하였다. 느지막이 퇴근하여 왔더니, 딸들이 미역국을 끓이고 케익을 준비하여 생일 축하를 해준다. 맛이나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미역국이라는데 의미를 담았다. 고맙고 미안했다.

 

 

큰 딸은 자기가 가지려고는 선뜻 못사는 립스틱이라고 생색을 내며 조심스럽게 립스틱을 내민다. 이것 또한 엄마에게 뭐가 필요할까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해줄 수 없는 선물이라 고맙다. 요즘 조금 남은 립스틱을 솔에 묻혀서 아껴 바르고 있던 중이었다.

 

삶의 한가운데서는 가끔 매서운 찬바람이 가슴을 관통하며 지날 때가 있다. 그때 기억나는 가족은 그 바람을 막아주는 방문과도 같다. 비록 얇은 창호지로 만들어졌지만 문고리 잡아 당기면 그 차가운 바람은 멈추고 훈훈한 온기가 느껴진다.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딸들인데 이제 기억나면 훈훈한 온기로 느껴지니 미안하고 고맙다.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래도 잘 커주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