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네덜란드와 벨기에 여행

안동꿈 2015. 4. 19. 22:09

10일간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다녀왔다.

스무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대장정이다 보니, 준비하는데 한달 가까이 걸렸다. 이전에는 다른 팀에서 하던 업무였는데 국장이 내게 맡긴 것이다. 아침 일찍 나와서 저녁 늦게 퇴근하기를 한 달여. 그 시간들이 쌓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살도 쪽쪽 빠졌다. 그러나 불평 가운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 갈 기회도 자주 없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일이지만 그 나라를 더 많이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게 되었다.

 

젊은 의원들이 팀을 구성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구입하고 관련 동영상 자료를 다운받아 함께 공유했다. 직업상 영어 사용과 해외 출장이 잦은 한 의원은 기관 컨택과 통역을 맡아주었다. 그들의 열정을 보고 있노라니 순간순간 힘이 났다.     

 

10일간의 여행을 위해 가족과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곤, 여행 전날 끓인 곰국과 밤 열두시가 다 되어 최소한으로 준비한 나의 여행 가방이 전부였다.

 

좁은 이코노미석에 앉아 11시간여를 날아서야 만날 수 있는 유럽은 낭만 보다는 고통이 먼저였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새벽 5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일 아침 하던 스트레칭이었다. 주위를 살필 것도 없이 시작한 스트레칭 동작에 모두들 빙 둘러서서 따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장을 풀기도 전에 시작된 공식 일정.

네덜란드 NDSM-Werf, 낡은 옛 조선소가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공연장 등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미리 약속된 곳에 재단 대표인 하얀머리의 백팩을 맨 여자분이 나왔다. 그의 열정적인 설명과 또 우리의 질문에 대한 성실하고 상세한 답변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그후 공식일정은 이틀에 한번꼴로 잡혀 있었다. 2015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벨기에 몽스, 로테르담 MBO 중 Albeda College, 암스테르담 시청과 Pre School  두 곳, 암스테르담 시의회 등이었다. 동시 통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은 두 배로 걸렸다. 미리 보낸 질문지를 바탕으로 방문기관에서는 브리핑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하여 설명해 주었고, 현장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다시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질의 답변이 오갔다. 모두들 열정이 대단했다.

 

방문 기관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그곳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그곳 사람들에 대해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그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들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은 확실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공식적인 손님을 맞이하는데도 다과류는 전체적으로 준비만 해두고 각자 필요한 대로 알아서 먹도록 했고, 그들이 관리하는 시설들을 방문할 때 꽃다발을 준비하여 감사를 표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부분을 형식에 할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의 물과 화장실 유료 문화가 무척 생소하게 여겨졌는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까지도 제어한다고 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생각되었지만 그것은 인간 스스로를 객관화 할 수 있게 하고 우주와 자연 앞에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인간의 편리함과 욕구를 충족시키고 그 방향으로만 제도와 규정을 만들어 간다면 거기에는 철저히 파괴된 환경 앞에 정신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오만한 인간 밖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과한 우려가 마음을 스쳤다.

 

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그들의 개인주의가 개인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으로 많이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공공의 선과 개인 이익의 경계선에서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점을 찾아가는 합리적인 생활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을 찾았을 때 인상깊었던 점은 백 명이 훨씬 넘을 만한 인원이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는데 그들은 무척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다행히 우리팀은 예약을 하여 줄을 서지 않고 들어 갔지만, 그들의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이 뼛속까지 우리와 다르다는 처절한 깨달음이 있었다. 우리는 왜 몇 백년을 이어오는 고고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데도 초를 다투는 것일까? 그들의 그 기다림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필수 워밍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우리의 이 빨리빨리 민족성에 어울리는 문화예술은 과연 어떤 형태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문화예술은 그들을 쫓아가는 형태여서는 안되는 것은 아닐까? 더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그 나라의 도로를 지나며 눈에 띄는 것이 가로등이나 신호등의 디자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 시설물들은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게 되는데, 그들은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예술작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주위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그다지 크지 않은 두 나라를 10일간의 일정으로 다니다 보니, 곳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몇 백년의 세월 동안 보존되어 온 역사적인 건축물과 유산들이 마치 박물관에 들어선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했고, 그 거리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큰 감동을 받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담광장, 잔세스칸스, 하이네켄 체험관, 반고흐 미술관,  램브란트의 집, 안네 프랑크의 집, 로테르담, 델프트, 헤이그와 이준열사 기념관, 튤립축제 개막일에 찾은 쾨겐호프...

벨기에...

안트베르펜 시청 앞 브라보 동상, 플란다스의 개, 루벤스의 그림과 성모대성당...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광장, 오줌싸개 동상, 초콜렛, 와플, 감자튀김(짝지랑 감자튀김 사먹으며 넋놓고 다니다가 늦어서 혼났다), 브뤼헤의 운하, 마르크트 광장, 성혈예배당, 종루...

겐트 마르크트 광장, 대운하와 중세풍의 아름다운 골목길...등

 

네덜란드에서 기본 몇 백년이 넘는 오래된 건물들에 놀랐는데 벨기에에 가보니 더 고풍스런 중세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그 골목과 운하를 끼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 사이를 걷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사람들이 좋았다면 벨기에는 단연 경치였다.

 

 

네덜란드 잔세스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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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

 

 

 

 

 

벨기에 안트베르펜 시청 앞 브라보 동상

 

 

 

 

 

 

 

벨기에 브뤼셀 그랑플라스 광장

 

 

벨기에 몽스 그랑플라스 광장

 

 

 

 

 

 

벨기에 브뤼헤 운하

 

 

벨기에 브뤼헤 운하

 

 

 

브뤼헤 종탑에서 내려다본 마을

 

 

 

브뤼헤의 아기자기한 마을

 

 

벨기에 겐트, 모처럼의 햇빛을 받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네덜란드 델프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