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내가 매일 행복을 줍는 곳

안동꿈 2015. 5. 19. 19:29

아침 7시 10분.

손목시계와 열쇠꾸러미, 휴대폰과 가방을 양손에 가득 움켜쥐고 언제나 현관을 뛰쳐서 나간다. 그래야만 15분 간격으로 오는 좌석버스를 제때 탈 수가 있고, 창가쪽에 편안한 자리를 잡을 수가 있고, 교통 체증없이 출근을 할 수가 있다.

 

나의 이 아침 풍경에 무척 피곤하게 산다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나는 아침마다 일정한 곳에 숨겨둔 행복들을 줍는 곳이 있다. 어떤이들은 '거기에 뭐 그런 게 있을까' 할 그런 곳이다. 

 

 

매일 타는 좌석버스,

나는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창틈엔 어제 두고 간 행복이 폴짝 뛰어내려 내 어깨에 올라 앉는다. QT책을 펴 그날 분량을 읽는다. 그리곤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그러다 잠이 들기도 한다. 내가 잠에 빠져 있을 때도 그 행복들은 나의 무릎에, 팔 위에, 머리 위에 돌아다니는 걸 느낀다.

 

내 속에 하루의 염려가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것을 나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그러면 그것은 얌전히 앉아 자기 등짝만 보일 뿐이다.

 

매일 들어서는 사무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엔 일찌감치 깨어난 햇빛들이 맑은 얼굴로 놀러와 있다. 

책상에 서류를 올려놓고, 커피 한 잔을 내리며, 아침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가끔 사이버교육을 듣고, 늘 나만 친한척하고 그는 항상 고고한 영어에게 어설프게 말을 걸곤 한다.

 

내 하루의 즐거움의 8할이 여기까지일 때가 많다.

그러나 바쁜 나머지 시간들을 지낼 때, 행복이 뛰놀진 않지만 불행이 어슬렁거리지도 않는다.  

 

내가 행복이란 놈들을 알게 된건 나이가 들어 멀리 있는건 잘 못 보고, 가까이 있는걸 살피는 습관이 생기면서 부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