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울타리가 필요하다.
친구 하나는 운전중에 갑자기 자기 앞에 끼어 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차에 대해 화가 치밀 때, '아마 저 차의 주인은 갑자기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급히 달려가는 중일거야.'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아 진다고 한다.
내 친구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나의 잘못과 상관없이 불편한 상황과 맞닥뜨릴 때가 종종 있다. 이것은 생활이 복잡해지고 빨라지면서 더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나는 지극히 일상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였는데 상대에게서 오는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의 부정적인 것이 돌아올 때가 있다. 그러면 나에게서 다시 나오는 말이나 행동은 처음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평화로서 대응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강한 자기 통제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요즘 나의 화두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 그 다양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우리의 마음은 늘 변화무쌍하다. 도대체 일관성이라는 것도 없고 기준도 없는 것 같다. 늘상 하는 일과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지나간 시간중의 어느 한 부분이 떠올라서 화가 나기도 하고, 어느 때엔 좋은 추억 한 조각이 떠올라 행복해 지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우리의 결정이나 선택과 관계 없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에 따라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공간, 우리의 삶, 그리고 온 우주가 불행하게도 보이고 한없이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의 마음 상태가 이러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몸을 위하여서는 옷을 챙겨 입고, 튼튼한 가구나 차와 집, 혹은 여러가지 도구들로 보호 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을 위하여는 전혀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것 같다.
수시로 과거의 불쾌한 감정들이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들이 드나들도록 두며, 주위에서 무시로 공격해 오는 것들을 그대로 받으면서 상처를 입으면 아프다고 아우성치고, 그저 느낌이 오는대로 반응을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로 읽은 책이 다르고 부모님과 자녀들이 다르고 집과 어쩌면 청소 상태까지, 도대체 같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구성원들 뿐이다. 도저히 같을 수가 없다. 오히려 같다고 하면 그건 엄청난 기적일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그의 주변상황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기분 좋은 상태에서 말을 걸었지만, 그는 지금 가장 절망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 그가 나를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 지난번에 내가 그를 기분 나쁘게 한 말일 수도 있다. 어쩌면 바로 전에 남편이나 아내와 몹시 다투어서 기분이 몹시 가라앉아서 사는 것이 온통 잿빛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낸 말과 행동에 딱 한가지, 나와 동일한 감정 상태의 반응만을 상대방에게서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화가 나고 억울해 한다. 당연히 실패할 그것, 그 희박한 가능성에 우리는 우리의 마음 모두를 건다. 그리고 당연한 그 결과에 우리의 마음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울타리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보다 강한 자기 통제력은 이런 나름의 울타리를 세운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선은 수시로 드나드는 수많은 잡동사니 생각들을 걸러줄 자신만의 기준으로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해두자. 남들이 가진 좋아 보이는 것 그래서 하고 싶은 것, 남이 미워지는 마음, 판단하는 마음들, 지나간 실수들, 미래의 불안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드나들 때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할지 돌려보내야 할지 결정하게 해줄 것이며, 이유없이 다가오는 시비나 조직 생활 속에서 늘 손해 보는 것 같은 마음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상태의 다양성'이라는 인식의 울타리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상대를 대할 때 그들의 마음이 절망적이거나 위태로운 상황일 수 있겠다는 예상 시나리오는 우리 마음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