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우리동네 빵집

안동꿈 2015. 8. 9. 17:19

우리 동네 버스 정류소 앞 빵집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십년 이상 자리를 지키던 빵집이었는데, 몇 년 전 프렌차이즈 'P' 빵집이 인근에 들어오면서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 동네로 이사 온 후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찾던 단골 빵집이었는데,  우리집 토, 일요일 아침식사를 토스트로 바꾸어 버린 빵집인데...

 

아직 남아있는 포인트에 대한 미련 때문만은 아니다.  푸짐한 몸매, 옅은 콧수염, 몸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 돌출 되어 있는 배... 다른 건 몰라도 빵맛 하나는 프로페셔널하게 느낄 것 같은 파티쉐의 외향이었다. 나는 우유식빵과 모닝빵과 바게트가 있으면 사서 나오고 다 떨어지면 그냥 돌아올 정도로 그 빵들을 좋아했다. 유독 그 빵들이 맛있었다.

 

며칠이 지나니, 인테리어나 간판이 세워지고 빵집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하는 조짐을 보였다. 그 주인이 가게를 새로 단장하여 시작하려나 하고 내심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개업날 파티쉐인 듯 보이는 아저씨는 키크고 갸름한 외모에, 빵이 아니라 돈에 관심이 더 많을 것 같아보였고, 빵들은 종류나 외모에서 무척 화려해 보였으며, 개업을 축하하는 화분마다 '돈세다가 잠드소서' 하는 원색적인 문구들이 가득했다.

 

이전 빵집에 대한 아쉬움으로 괜한 트집을 잡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것 보다 화분에 쓰인 글귀가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업집에 이 보다 큰 소원이 어디 있겠냐마는, 적어도 빵집 주인은 돈 보다는 빵을 사랑한다는 표시 정도는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주인이 빵을 사랑하고 그의 인생이 빵이 아니면 안될 만큼 빵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우리에게 믿게 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동네 빵집은...

 

지인들은 주인과 빵에 관한 그들의 추억을 리본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들 들어, '너의 빵은 특별해!', '우리는 너의 빵을 사랑해!' '너의 빵 굽는 냄새가 우리를 부른다!'... 등 너무 오글거리는가? '돈 세다가 잠드소서' 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퇴근 시간에 갓 구워낸 빵을 사러 빵집에 들르는 즐거움이 파티쉐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만나게 해 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동네 빵집은...

 

남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이제 어디서 빵을 구해야하나. 갓 구원낸 식빵이나 모닝빵이 눌러질까봐 조심조심 봉투에 담는 그 설레임을 이젠 어디서 찾아야 하나.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 생긴 빵집으로 들어가 빵을 사서 천천히 음미해보고 새로운 파티쉐의 손을 통해 탄생된 빵과의 인연을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