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담고
대한민국 주부는 두 부류로 나누어 진다.
하나는 김장을 담아야 겨울 맞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이다.
나는 당연히 전자에 속한다. 그것도 완전히 재래식으로 말이다.
가끔 김장하느라 너무 고단할 때는 김치를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나는 왜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나에게 묻고 싶을 때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도 항상 내가 이 일을 고집할 줄을 나는 알고 있다.
또한 요즘은 노련한 선배 주부들도 절인 배추를 사서 좀 더 편안한 방법으로 김장을 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김장을 생각하면 습관처럼 배추부터 덜컥 사고 만다.
매년 우리 김장 걱정을 나보다 먼저 해주시는 고마운 집사님이 계셔서 12월이 되면 "사모님. 올해는 김장 몇 포기 하실 겁니까?" 미리 연락이 오고, 용량대로 생새우 간것, 새우젓, 직접내린 멸치 액젓 등과 일 년치 양념하라고 넉넉히 챙긴 고춧가루와 찹쌀 등 귀한 재료들이 일찌감치 도착한다.
그러면 김장 날짜를 정하게 되는데, 직장에 하루 연가를 낼 때도 있지만 항상 12월은 여느 달 보다 바빠서 그것도 요즘은 여의치가 않다. 2년 전에 산 간수뺀 신안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고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다시마와 띠포리를 넉넉하게 넣어 다싯물을 내어 찹쌀풀을 쑤고 고춧가루만 남기고 나머지는 집사님이 주신 대로 양념들을 섞고 준비한 마늘과 생강, 청각 등을 버무려 김장 양념을 만든다.
배추 씻는 것과 김치 치대는 것은 교회 식구들 몇 분이 같이 하게 된다. 나의 김장 담기는 이렇게 특별한 도움의 손길이 있어서 맛에서 전혀 실패할 수가 없다.
또한 김장 담고 남은 김장 쓰레기는 그야말로 시래기 재료가 되는데, 이렇게 엮어서 빨래줄에 달아 놓는다. 가끔 시락국으로 제 사명을 다하기 위해 햇볕에 몸을 사르는 과정을 거친다.
집집마다 김장쓰레기가 많아 특별한 수거법이 홍보되기도 하는데, 우리집에서는 웬만해선 버릴 게 없다.
올해도 단지와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겨울을 준비해 놓고 어깨와 팔에 베어있는 고단함을 두들겨 내몰라치면 마음 한가운데서 환하게 퍼지는 넉넉함과 여유가 금새 고단함을 내몰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