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몇 달 차이로 친구와 같은 병을 얻었다. 나보다 훨씬 심각했던 친구인데, 내 궁금증을 해소하느라 이젠 아물어가는 친구의 상처를 헤집으며 두달여의 시간을 훌쩍 보냈다. 입원 채비 가방에 읽고 있던 책을 넣으면서도 나는 손이 떨렸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인생수업' 이라는 책이었다. 왜 하필 이 책일까. 나의 지금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창 가득 아름다운 송도 바다를 담고 있는 한적한 병실에서 수술을 기다릴 때는 눈물이 났다. 혼자 수술실로 실려가는 천장은 외로움으로 가득했다. 3시간여의 수술을 눈깜짝(?)할 사이에 끝내고 마주친 가족들의 눈빛과 목의 통증은 수술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극심한 통증이 한 차례 지났을 즈음에 친구가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책 두 권과 스카프까지 챙겨 방문했다.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의사보다 더 신뢰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친구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꼼꼼히 대답해주고, 오래 머물지 않고 일어선다. 그 또한 그의 경험에 의한 것이리라.
남편은 수술 전엔 기도와 위로와 격려로, 수술후에는 뜬눈으로 내 곁을 지켰다. 딸들에게 교대로 하룻밤씩 엄마 곁을 지키게 함으로서 서로를 느끼게도 했다.
퇴원 하루 전날까지 통증이 심했다. 아침 일찍부터 신랑 출근길에 함께 들른 후배가 3시간여를 재잘거린다. 그게 너무 힘들어 병문안을 알려온 친구들과 직장동료들에게 오지 말것을 알렸다. 이기적인 생각인가 마음에 걸렸다.
일주일만에 퇴원했다. 두 달쯤 병가를 신청했다. 직장의 옆 동료에게 무척 미안하다.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완전히 회복되어 출근하라고 한다.
옆 동료는 내 앞으로 배달된 청첩장까지 카톡으로 찍어보내며 챙긴다. '고생많다. 고맙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