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문장

글이 가진 놀라운 힘

안동꿈 2016. 4. 24. 20:15

단 몇 문장만으로도 우리는 자신이 겪은 과거의 경험을 대면할 수 있어요

다른 걸로는 어렵습니다.

글을 몇 줄 쓴다는 것은

과거라는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확 열어 젖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왜 지하실의 문을 열어야 할까요?

열지 않으면 안 될까요?

이런 행위가 꼭 필요할까요?

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가는 동안 우리에게 변화가 생기고요 이게 축적이 됩니다.

그리고 글은 제 아무리 복잡한 감정이라도 언어에는 논리가 있습니다.

말이 되게 써야 해요.

주어가 먼저 나오고 순서에 따라서 문법에 맞게 써야 합니다.

이런 논리적인 과정이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우리 마음 속에 숨어 있던 트라우마라든가 어두운 감정들은 숨어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죠.


이것을 언어화해서 쓰는 동안 우리가 그 감정 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논리를 가지고 내려다보게 되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좀 더 강해지고 마음 속의 어두움과 막연한 공포가 힘을 잃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가 가진 자기 해방의 힘입니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과 편견, 나약함과 비겁함이 글을 써 나가는 동안 사라지게 됩니다.


소설가 김영하의 '자기 해방의 글쓰기' 세바시 강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