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둘째 날의 여유
연휴 첫째 날, 5월 5일 어린이 날.
어린이가 하나도 없어진 친구들이 갑작스런 등산을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시댁의 어버이날 모임 날짜가 5일 저녁으로 정해지면서 친구들의 들뜬 대화들이 밴드에서 분주히 오갈 때 혼자서 마음을 삭혀야 했다.
5일 오전부터 시장을 보고, 분주히 음식을 장만하여 부모님 댁에 가서 온 가족들이 모여 저녁식사와 아이들의 재롱과 선물들을 주고 받았다. 느지막이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들의 낮의 행적이 담긴 무수한 사진들을 또한 보아야만 했다. 이젠 나이 탓인지 믿음의 연륜 탓인지 모르지만, 이런 어긋난 내 상황들에 마음이 크게 동요되지는 않는다.
연휴 둘째 날은 게으른 아침을 보낸 후 기장에 있는 내 고향 이름이 든 '안동국시' 집으로 식사하러 갔다. 얼마전 친구의 소개로 다녀왔는데, 맛도 좋고 경치도 좋다고 남편이 꼭 가보자고 여러번 얘기하던 곳이었다.
사골 국물 같은 육수에 칼국수면이 들어 있는 안동국시는 우리 입을 자극하는 맛은 없었지만 구수하고 편안한 맛이었다. 남편은 지난 번엔 안동국시를 먹었다고 오늘은 육칼(육개장+칼국수)을 먹었다. 그것도 얼큰하니 맛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나오면 월전 장어구이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곳곳에 차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예전에 가족들이랑 들러서 먹었던 장어구이니 그 맛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은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맛을 찾아 헤맨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대부분의 정보가 새로운 맛으로 우리의 입을 만족시킬 정보들로 넘쳐난다.
나는 오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안동국시를 먹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안동'하면 선비, 예의범절, 여유...이런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안동국시는 그 안동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다.
나는 스물에 안동을 떠나서 쉰이 다 되도록 부산에서 살았으니, 따지고 보면 부산사람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렇듯 고향으로 마음이 기울어지곤 한다.
연휴 둘째 날 고향 맛을 느끼며, 고향 다녀온 듯한 마음을 선물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