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그 아주머니의 일하는 방식

안동꿈 2016. 5. 20. 20:00

매주 수요일마다 업무를 마치면 직장 후배와 함께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간다. 우리는 저녁 먹을 시간이 마땅찮아 항상 김밥을 사서 자동차 안에서 나눠 먹는다. 촉박한 시간이기 때문에 김밥집에 전화로 주문을 하고 도착하면 바로 결재후 김밥을 받아서 돌아오곤 한다. 


여느 때와 같이 김밥집에 도착하였으나 주문한 김밥이 아직 진행중에 있었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은 듯 보이는 아주머니가, 다 만들어진 김밥을 넘겨받아서 포장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먼산을 바라보며 몽롱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김밥이 전해지니 어설픈 손으로 포장을 한다. 포장의 옆이 구멍이 나니 덕지덕지 테이프를 붙여 땜질을 한다.


차 안에서 김밥을 꺼내니 무슨 김밥인지 라벨도 없다. 덕지덕지 붙은 테이프를 뜯어내는 일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김밥을 넣고 포장지의 옆 귀를 어느 시점에서 접어야 벌어지지 않는지, 마무리는 김밥이름이 적힌 라벨테이프 하나만 하면 먹는 사람이 얼마나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지를 잘 알고있는 나는, 움직이는 차안에서 그렇게 어설픈 포장의 김밥을 대하고보니 무척 짜증이 났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정성을 들인 일과 대충 해치운 일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아주머니에게는 김밥 하나 싸는 일 따위의 하찮은 일에 정성을 들일 필요를 못느꼈는지 모르지만 그의 아마추어적인 일의 방식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느낄 것이다. 먼산을 보며 정신을 놓을 시간에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살펴보았다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훨씬 좋은 영향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몸 안에는 못 된 벌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그 이름은 '대충'이다."

언젠가 이 말을 들었을때 그 충격이 무척 컸다.


프로는 자신의 능력에 훨씬 못미치는 일들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하는 자 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큰 한 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이 모여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