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절풍경 어떨까?
추석 음식준비를 위해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유독 튀김집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더욱 붐볐다.
그곳을 지나쳐 가는데, 젊은 부부가 지나가며 나누는 대화가 내게 와서 꽂혔다.
아내가
"저렇게 사서 먹는게 싸게 치겠어."
그러자 남편이
"금방해서 먹으면 맛있잖아." 그러자
"재료 사서 씻고 썰고 튀기고... 얼마나 힘든데."
그러나 남편은
"가족끼리 오손도손 모여서 함께 만들어 먹으면 좋잖아."
그들의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그들은 갓 결혼한 부부같았다.
이 얘기를 남편에게 들려주면서 우리는
'아직 명절에 아내에게 바가지를 안 긁혀 봤나보네. 그런 감상에 젖다니...'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우리는 웃었다.
요즘 명절 연휴를 맞이하는 풍경은 우리때와도 사뭇 달라진 것 같다. 사무실에서 젊은 여직원들에게 명절연휴 근황을 물어보면 대부분 명절 당일에 시댁에 가서 아침 정도 먹고, 잠시 머물다가 친정으로 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돌아온다고들 한다. 그 중에 두 팀은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니...
미리 시댁에 가서 종일 음식준비를 한다든가, 고달픈 귀성길을 겪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에서 워킹맘들에 대한 근황이라서 우리나라 평균 정서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며칠 전, 아직 결혼하지 않고 엄마랑 같이 살고있는 친구가 저녁에 보자고 해서 만났다. 친구는 엄마랑 다퉜다면서 시무룩한 표정이다. 며느리가 셋이나 있는데, 매번 명절에 며느리들이 오기 전에 하나뿐인 딸내미랑 음식 다해놓고, 심지어는 당신 생일에도 음식준비 혼자서 다 한다면서 속상해 한다. 직장다니는 며느리들이 솜씨가 없기도 하지만, 자신도 직장다녀와서 피곤한데 명절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엄마 혼자서 고생하고 있으니 돕지 않을 수도 없다면서 푸념을 한다.
나는 남편과 두 손 가득 시장보따리를 들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시어머니께 '방금 시장봐서 점심만 간단히 챙겨먹고 건너가겠다.'고 했더니, 오지 말라신다. 저녁에 예배도 있는데, 왔다갔다 번거롭다고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하신다. 유후~
배추를 소금에 절여놓고, 짭쌀을 물에 불려놓고, 육개장용 고기는 불에 올려놓고, 잠시 블로그 들르는 여유를 부린다. 우리집에서 음식준비해 가는 일은 훨씬 편리하다. 시댁에 가서 양념들이 어딨는지 어머니께 이것저것 묻는 일은 나도 어머니도 불편한 일이다.
이래저래 명절풍경은 조심씩 간편해져 가는 것 같다. 그에 비례하여 풍성함은 덜해졌고, 갈등은 더해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