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우리 가정에 복음이 들어온 사연

안동꿈 2016. 9. 19. 19:32

올해 추석 친정 식구들 모임에서는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이 우리 작은 외숙모의 동생이라는 것이었다.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지 꼭 삼 십년이 되었고 아버지도 그후 3년 후에 돌아가셨으며, 우리 사 남매도 결혼하여 다들 바쁘게 사느라 외갓집과는 잦은 왕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큰 외숙모가 돌아가셔서 상가에서 오빠가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내 어린시절 작은 외숙모에 대한 기억은 참 따뜻하다. 군인의 아내로서 품위가 있었고, 일 년에 몇 번씩 먼 안동 산골짜기까지 찾아와서 옷이랑 생활필수품이랑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오셨었다. 우리 엄마는 똘똘한 남동생과 그의 아내인 작은 외숙모를 정말 좋아해서 늘 자랑하셨었다.


내가 고1 때 쯤인 것 같다. 부산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병으로 수술을 받게 되셔서 엄마가 간호하러 내려가셨다. 그때 부산에 계시던 작은 외숙모가 찾아오셔서 많이 도와주셨고, 서로 얘기도 많이 나누셨다고 한다. 헤어질 때,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 외숙모는 엄마에게,

"형님, 집에 돌아가시면 교회나 성당이나 가까운 곳에 꼭 나가세요."

라고 하셨고, 그 길로 엄마는 가족들을 챙겨서 십리 길도 멀다 않고 교회에 나가신 것이다. 이 년여의 신앙생활 후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다른 사람이 평생을 바쳐서 드릴 사랑을 그 짧은 기간에 진하게 드리며 섬기셨던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추석 가족 모임에서 우리 가족의 신앙의 뿌리와 그 뿌리의 어느 켠 쯤에 스쳤을 이태석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자부심이 되었다. 비록 뿌리는 다르지만, 그 신부님의 숭고한 사랑을 다시 기억하며 삶을 더욱 아름답게 엮어가는  우리 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