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시월에...

안동꿈 2016. 10. 21. 09:08

바쁜 일 끝내면 진솔하고 신선한 글 한편 써보리라.

이 아름다운 계절이 가기 전에...

그렇게 마음먹은지 벌써 한 달여가 지난 것 같다. 시간이 내 손에 잡히면, 여유가 내 앞에 걸어오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일을 전혀 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은 결코 내 손에 잡히지도 내 앞에 얌전히 와서 기다리는 존재도 아니다. 또한 우리 인생에서, 바쁘고 골치 아픈 일이 완벽하게 끝나고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뜬 밝고 환한 그런 날이 있었던가. 한 가지 일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고, 새로운 고민에 대한 염려로 앞의 복잡한 일은 언제 해결되었는지도, 해결된 기쁨도 없이 지나가기도 한다. 인생의 문제들은 그리고 그것을 품고 있는 시간은 우리를 배려하는 법이 없다.


시간이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내가 바라는 깨끗하고 온전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마음에 감흥이 일면 써내려가는 것이고, 복잡하게 얽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내 생각을 차지해도 한줄기 가녀린 소재로 글을 끌어 올려야 되는 것이다. 그래야 구덩이에 물이 고이듯 그 다음 작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야 복잡한 머리 속에 헝클어진 일들과 생각들이 골을 따라 줄을 서며 나름대로 질서를 잡아 가는 것이다.


첫 바가지로 퍼올린 물은 먹지 못하는 물이다. 흙탕물이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흙탕물을 퍼내서 버리고 나면 그 다음 깨끗한 물을 퍼올릴 수 있다. 그 첫 바가지의 물을 대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긴 침묵을 깨뜨리고 싶어서.

시월에는 시가 없어도, 파란 하늘이 없어도, 꽃이 없는 곳에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