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읽기 쓰기 그리고 살기 by 김열규

안동꿈 2017. 4. 20. 23:02

일간지 기고문에서 이 책을 보았다. 책 제목이 꽤 매혹적이었다. 저자에 대해서 알고 난 후에는 더 간절히 읽고 싶어졌다. 책에 대한 노교수의 남다른 애정이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읽기는 글이나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남들의 얼굴을 읽고 세상을 읽기도 한다. 뭔가 겉을 보고 살피면서 그 속내를 알아내고 캐내는 것이 곧 읽기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글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읽기는 소유가 된다. 읽기는 꼭 그만큼 나 스스로의 세상을 갖게 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로써 즐거움을 누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 가게 된다.


쓰기는 창조의 영역이다. 이름을 짓고 농사를 짓고 집을 짓듯이 글을 짓는다. 그것이 창조다. 쓰기는 내 속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나만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살기는 이 읽기와 쓰기를 근간으로 풍성하고 즐거운 삶을 향유하고 자신의 정체를 발견하고 더 새로운 나로 확장하는 것이다.

 

한편 디지털 읽기가 대중화된 요즘의 읽기에는 생각이나 사고의 깊이, 무게가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인다.

침 바른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겨댈 때나,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들었을 때 꿈결에 핥아먹는 그 책 맛을 기억할 것이다. 먹는 것이 인간생존의 필수조건인데, 우리는 이러한 책 먹기(?)를 하면서 삶을 상당한 정도로 지탱하게 된다고도 보아진다.


이제 읽기와 쓰기의 실제적인 전략을 살펴보자. 

먼저 읽기로,

우선 대의 읽기다. 글 한 편의 전체 요점을 두루 살리면서 줄여 잡은 것이 대의다. 다음은 각 단락별 주제문을 잡아내는 죄어 읽기이다. 그리고 이 두 순서를 바탕으로 파고들기를 해야하는데, 문단과 문단 사이의 관계를 잡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마무리 읽기로 글 전체를 요약하고 전체에 걸친 '키워드'를 꼬집어 내면서 글 읽기의 최종 단계에 이른다.


다음은 쓰기로,

첫 단계는 글을 쓰는 동기와 단서를 잡는 착상이다. 그리고 그 착상을 물고 바야흐로 쓰게 될, 글 전체의 윤곽을 잡는 구상에 이른다. 구상은 글의 내용의 대강이며 테두리를 잡아내게 된다. 다음은 아우트라인으로서 쓰게 될 글 전체의 대강을 말한다. 그리하여 아우트라인의 안내를 받아 실제로 글을 써나가게 되는 것이다.


읽기는 '발굴하기며 발견하기'고 쓰기와 짓기는 '창작이요 창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는 것이 곧 삶을 사는 것 그 자체라고 저자는 이 책을 전체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비록 두껍지 않은 이 책을 통해 노교수가 평생에 읽기, 쓰기와 더불어 풍성한 삶을 향유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가벼운 정보나 지식만 살짝살짝 건드리며 하루를 연명해가는 생활을 청산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 존재의 실체를 알고, 더 확장하기 위하여 '발굴과 발견'의 깊이 있는 읽기와 '창조'의 힘겨운 쓰기의 노동을 기꺼이 거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이 갈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