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가장 좋아하는 냄새 5가지를 써보라. 그 냄새들은 무엇을 생각나게 하는가

안동꿈 2017. 7. 15. 10:58

나는 낙엽 태우는 냄새를 좋아한다.

시골마을에 저녁이 찾아오면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낙엽과 장작이 타는 냄새요, 저녁 밥이 지어지는 냄새다. 들에 일하러 나갔던 가장이 돌아오고, 골목마나 시끌벅적하게 놀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낮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따뜻한 저녁밥과 따뜻한 집은 그 고달픔을 씻어주었다. 따뜻한 밥과 쉼은 육체와 마음을 회복시키고 다음 날 다시 새 것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라일락 향기를 좋아한다.

꿈 많던 여고 1학년 어느 봄날 따사로운 봄볕 아래 꿈길을 걷듯 교정을 걷다가 코 앞에 다가선 라일락 꽃 향기를 맡고 말았다. 그 향기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며칠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후 봄만 되면 라일락 향기를 찾았고, 그 향기를 맡고 있는 동안은 영락없이 설렘 가득한 여고생이 된다.  


나는 럭스비누 향기를 잊을 수가 없다.

또 고등학교 시절이다. 체육시간 땀에 젖은 얼굴을 씻을 때나 저녁 자율학습시간에 잠을 깨울때 수돗가에 놓여 있었던 게 럭스비누였다. 그때는 그저 그냥 비누였는데, 나중에 그 비누 냄새를 맡았을 때 그 꽃향기가 얼마나 강렬하게 여고시절을 고스란히 가져다 주는지 깜짝 놀랐다.  


나는 갓 깐 옥수수 냄새를 좋아한다.

여러 겹의 옥수수 껍질을 벗기면 옥수수 수염이 뽀얀 속살의 옥수수를 감싸고 있다. 그 수염에서는 구수하고 상큼하고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간식이 귀하던 시절 옥수수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텃밭에서 갓 따낸 싱싱한 옥수수를 까면 참 싱그러운 냄새가 났다. 맛있게 찐 옥수수를 잔뜩 기다리는 마음은 그 싱그러운 생 옥수수 마저도 기분 좋게 했다. 그 옥수수 수염에서 나는 진한 향기는 찐 옥수수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보다 더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갓 뽑아낸 가래떡 냄새가 좋다.

어릴 적 설날 즈음에만 맛볼 수 있는 가래떡. 설 사나흘 전 쌀을 양껏 불려서 장에 가신 엄마는 해가 지고 캄캄해져도 돌아올 줄을 몰랐다. 저녁도 굶은 채 언덕에 올라가서 아득하게 먼 신작로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긴 간격을 두고 섰다가 떠나는 버스를 실망과 희망을 반복하며 지칠줄 모르고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려 도착한 엄마와 가래떡은 어릴 적 가장 행복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