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몹시 아팠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에 나 혼자 설사와 구토를 심하게 했다. 내과와 종합병원 응급실을 거쳐 3일 동안 심한 고통을 겪었다.
시부모님이 응급실로 달려오셨고, 여러가지 검사를 거쳤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결론은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부모님께 너무나 민망했다. 명절을 앞두고 하나 뿐인 며느리가 넘어졌으니,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며느리가 어떻게 보일지가 나는 몸의 고통 만큼이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다. 물론 이십여년간 보아온 며느리를 모를까마는 사람의 마음은 다 알 수 없는 거니까.
다들 명절 스트레스, 명절 증후군.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 마음껏 만들어 먹는 시간이었다. 몸이 고된 것도 있지만 그런 것쯤 늘 별거 아니었다. 그런데 마음이 분명 아니라고 하는데, 왜 몸이 무너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음이 결정하고 명령하고 몸이 실행을 하는 것인데, 왜 몸이 반항을 하는 것이냐고.
먹은 것이 전혀 없는데 계속하여 구토가 올라오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하나님께 하소연을 했다. '내가 힘들다고 한 것도 아니고, 며느리가 되고서 시댁에 일하러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고통을 나에게 주시냐고, 왜 이런 민망한 상황에 놓으시냐고'.
병원에서 주는 약을 반신반의하며 먹고, 쉬는 동안 몸이 점점 회복되었고, 추석 당일에는 일어날 수 있었다. 시댁에서도, 친정 식구들 모임에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나긴 명절을 지났다. 긴 명절 후 몸무게가 2, 3키로 빠진 것 외에 이젠 다시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어제 다시 커피를 볶았다. 이젠 오븐에서 볶는다. 다시 일상을 부르는 커피향이 정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