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기억의 밤

안동꿈 2017. 12. 10. 23:08

직장내 직원노조에서 무료 영화관람 이벤트를 진행하여 동료직원들과 보러 가게 되었다. 노조에서 준비한 김밥과 과일까지 챙겨먹고 여유있게 상영을 기다렸다.


스릴이라면 웬만한 놀이기구 조차도 손사레를 치는 나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에 온 몸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파란 하늘만큼 기분좋은 강하늘의 맑은 웃음과 밝은 성격이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전적인 지원군으로 만들고, 그를 위협하는 주변 인물들에 대해 우리도 함께 분노하며 대적할 즈음, 그는 돌연 가해자로 정체가 드러나고 만다.

우리가 아직 진석(강하늘)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 없어 혼란스러워 하며, 설마 진실이 아니기를 기대하며 숨가쁘게 그를 쫓아갔지만 그의 범죄는 사실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끔찍한 범죄의 고통은 그가 감당할 만큼의 한계를 넘어 그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한편 그의 범죄의 최고의 피해자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형으로 대체되고 그 형을 지켜내고자, 형의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목숨을 건 추격중에 결국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기억은 되살아 난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거대한 한 피의자에 의해 이 지경이 되었음을 알수 있다. 그것은 바로 IMF였다.


단란한 중산층 가정과 최고의 경제적 지위를 자랑하는 의사가정 조차도 인간의 존엄성을 포기하게 만든 우리나라 역사상 치욕적인 IMF가 그것이다.

누가 악당인가? 누가 가해자인가?를 숨가쁘게 추적하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는 그 거대한 피의자 앞에서 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비참한 두 사람에게 큰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우리의 예상과 상상에 뒤통수치는 영화. 넋놓고 봤다가는 심장도, 머릿속 생각도 건지기 어려울 듯. 동료들은 나오면서 '스릴뿐이다. 관객의 지적수준을 무시하고 너무 설명한다' 고 투덜댔지만 나는 오랜만에 신선한 영화를 만나서 정말 재미있었다. 아마 등장인물의 설명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시나리오일 것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스릴과 반전, 주연들의 뛰어난 연기, 관객을 끌어들이는 높은 몰입도, 비록 죽음으로 끝나지만, 그 속에 흐르는 화해와 회복의 엔딩, 그리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

참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