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후배들
요즘 신규 직원들의 연령대는 나와 거의 이십년 훌쩍 넘게 차이가 난다.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들의 부모님이 나와 같은 연배라는 사실이다. 자식같은 직장동료. 그 어느 지점에서 위치를 정립해야 하는지 애매하고 쉽지 않다.
그들과 함께 대화라도 나눌라치면 그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만 끄덕일 뿐 좋다는 말인지 싫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재미가 없고 공감은 가지 않지만 버릇없는 직원은 되기 싫으니 그런 표정을 보내는게 아닌가 싶다. '세대차이가 이런 것이구나. 그들에겐 이 시간이 힘이 드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 또래들은 그나마도 눈치가 있어서 적당히 조절하는데, 우리보다 연배가 더 되는 선배들은 끝도없는 긴 얘기들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도 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우리들도 힘이드는데, 아무 공감도 가지 않는 까마득한 후배들은 정말 힘이들겠구나 싶다. 그래도 우리보다 표정이 순하다.
며칠 전에는 옆 직원이 새 옷을 입고 온걸 주위에서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백만원이란다. 나는 옷값으로는 지불해 본 적이 없는 금액이다. 주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표정들이다. 그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토, 일요일에다가 하루 정도 연가를 더하여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딱히 관광을 한다는 의미보다 아무도 간섭받지 않는 곳에서 편안히 쉬다 오는 것에 의미를 더 두는 것 같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파트 분양도 받아서 이미 몇 억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둥 하는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한다. 물론 그 모든 경비를 자신의 월급에서 다 충당하지는 못하는 것 같고 부모님으로부터 얻는 것 같다. 그야말로 월급은 용돈 정도인 것 같다. 물론 요즘 신입 직원들이 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이 험난한 직장생활을 그들은 '무슨 배수진으로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세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큰 강이 뒤에 버티고 있어 웬만해서 뒤로 물러서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오히려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일한다고.
이러나저러나 직장이 수단이 아니고 일 속에서 참 만족이나 기쁨을 얻는 것 만한 것이 없다. 우리 세대의 헝그리 정신도, 까마득한 후배들의 넉넉함도, 일 자체에 목적을 갖고 참 만족과 기쁨을 얻는데는 방해거리인 것은 동일한 것 같다. 좌우, 흑백, 신구 자꾸만 나누기보다 자유롭게 올바름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