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스트레스의 밧줄을 푸는 일

안동꿈 2018. 6. 3. 18:00

최근엔 스트레스 받을 일이 별로 없었다. 나이가 들면 다들 이렇게 마음의 변화가 쉬 일어나지 않고 여간한 일에 의연해지는 것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마음 긁히는 일을 만나니 나의 겉모습 만큼 속도 같이 나이들지는 못했음을 알았다. 저녁 내내 식식거리는 그 마음은 마치 혈기 왕성한 청년같았다. 


큰 딸이 보고 묻는다. 무슨 일 있었냐고. 아이가 엄마한테 이르듯 투덜거리며 직장 일을 털어놓았다. 딸이 듣더니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을 한마디 한다. 그게 다다. 그리곤 비난의 화살을 엄마에게로 향한다. 엄마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좀 개발하란다. 쇼핑도 안하고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없고, 책도 온통 재미없는 것만 과제 하듯 읽으니 쌓인 스트레스가 어떻게 풀리겠느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딱히 스트레스에 대항할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매일이 늘 똑같은 삶이다. 그러나 삶의 길 위에 놓인 작은 조약돌 같은 즐거움들이 있다. 지하철에서 책읽기, 아침 스트레칭, 커피 내려마시기, 점심시간과 퇴근길 산책하기, 퇴근 길에 재래시장에 들러 찬거리 사는 일 등. 늘 그 자리에 가면 있는 예쁜 조약돌들이다.


누구나 나름대로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처럼 늘상 해야 하는 일들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폭풍우같은 스트레스 앞에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속수무책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온통 꽁꽁 묶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상태에서는 스스로 그것을 풀고 나올 수 없다. 마치 밧줄로 꽁꽁 묶인 사람이 스스로 그 밧줄을 풀 수 없는 것과 같다. 몸부림칠수록 더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다. 


그때는 어떤 방법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쌓인 이름없는 피로나 스트레스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상쇄가 되지만 자신을 지금 꽁꽁 묶고 있는 거대한  스트레스는 누군가를 찾는 구조요청만 가능할 것 같다. 그 누군가는 자신을 잘 알고 사랑하는 멘토나 친구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밧줄에서 놓여나게 되면 자신이 선 위치는 바뀌어지고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 있게 된다. 그러면 그 큰 문제, 자신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던 거대한 스트레스는 훨씬 작아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모든 문제의 마지막 결론은 스스로 내리게 된다. 스스로 도출해낸 결론만이 행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