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쁨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요즘 나이가 들었다는 걸 새삼 더 깨닫게 된다. 마음에 굳은 살이 박여 감각이 무디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영화나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도 예전 만큼 푹 빠져들지 못한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고 할까. '작가는 스토리를 이렇게 풀어 가는구나...' 라는 식으로 다른 생각 주머니가 작동을 하는 것 같다.
십 년전 쯤만 해도 장편소설 한 권 붙들면 다 읽을때까지 현실과 소설 사이를 헤매곤 했다. 영화 한 편의 여운이 며칠을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몸도 마음도 웬만큼 움직이질 않는 것 같다. 그러니 내일이 오늘과 같고, 또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별 기대도 설렘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스스로를 기쁘게 하거나 기쁨을 생산해 낼 수 없다는 걸 안다. 스스로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이기적인 생각은 우리를 더 깊은 절망에 빠뜨리게 된다. 그것이 유희든 오락이든 일이든 스스로 기쁨을 취하기 위하여 달려든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실망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것이 젊을 때는 새로움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기쁨을 맛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처음 접하는 새로운 것들이 사라져갈 때 우리는 기쁨과 점점 멀어져 감을 느낀다.
우리는 스스로 기쁨을 창조해 낼 수가 없다. 예기치 못한 기쁨을 누릴 때 우리는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 낸 줄 착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 속에 있는 기쁨의 샘은 원래부터 있었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고갈되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말이다. 그 근원을 만드신 분에게 그 샘이 연결되어 있다면 기쁨은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진짜 기쁨은 그 샘에서 끌어 올려진 것이다. 새로운 것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새로운 것들에서 얻을 기쁨이 없어질 때에야 참 기쁨은 그런 것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내 속에 있는 그 분과 연결된 그 샘에서만이 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