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안동꿈 2018. 6. 29. 21:00



나는 역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대하드라마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역사를 읽는 것은 사람을 지혜롭게 한다고들 한다. 지혜야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상식이 부족하여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매우 흥미롭게 읽혀졌다. 오 백 여년의 조선의 역사가 오 백여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고, 1대 태조부터 27대 순종까지 27인의 왕들의 삶이 업적에 따라 길게는 30여 페이지에서 짧게는 3페이지 정도를 차지하며 엮여 있다. 학창시절 시험때 외웠던 재미없던 왕들의 업적이 인간미 철철 넘치는 살아있는 이야기가 된다. 


고기를 즐겼고 매우 뚱뚱한 풍채였다는 세종, 왕세손으로 책봉된 이후 계속하여 일기를 쓴 정조, 백성들은 사랑하였으나 정작 아들은 사랑하지 못한 영조, 생모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폭정으로만 살아온 연산군... 오고 온 많은 세대에 변함없이 존경받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세대와 시대에 따라 평가가 나뉘는 인물도 있다. 한 나라의 왕의 이야기는 곧 그 나라의 역사이고 이야기이다. 한 사람의 왕의 생각과 가치관이 모든 백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왕의 이야기에 인륜을 저버린 혈육간 살해가 많은 것을 보면 인간의 권력욕이 얼마나 끔찍하고 공포스러운지를 잘 말해 준다.


이씨조선, 왕의 혈통을 이어받은 자가 왕이 되는 나라.

우리는 어쩌면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운명이 부여한 권위에 더 복종하게 되는 것 같다. 왕의 혈족의 정통성을 지켜내기 위한 왕실의 눈물겨운 고군분투,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한 왕에 대한 끊임없는 권위에 대한 부정 등.

어쩌면 오늘날 우리 손으로 부여한 권위에 대해 불만과 반대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연장선장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말한다. 부여된 권위가 아니라 준비하고 깨닫고 노력하여 실행한 자가 승리자이며 주인공이라는 것을. 조선시대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 성종, 정조 등 왕들의 면모를 보면 엄청난 독서가이며 경연에 열정을 쏟았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인간은 타고난 품성으로는 선하고 의로운 삶이나 업적을 이룰 수 없으며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 선과 정의를 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만 선한 삶과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