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술 취하는 사람들

안동꿈 2018. 9. 14. 12:40

출근 길 만원 버스안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남자는 나를 슬프게 한다. 그 모습은 마치 인생에게 실컷 두들겨 맞은 패잔병 같기 때문이다. 낮동안 상사에 공격당하고 밤새 술에 두들겨 맞은 모습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내게는 술 취한 사람만큼 나약한 사람이 없어 보인다. 제 아무리 덩치가 크고 건장해도 술 취한 사람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제 한 몸도 제 의지로 다룰 수 없는 사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인생이 만만찮은 건 맞다. 그러나 만만찮을수록 더 단단히 준비하고 대항해야지 나몰라라 하고 술에 의지하니 인생이 갈수록 더 고달플 수 밖에...


더러는 술의 용도를 인간관계와 끈끈한 정을 나누는 굉장한 공로자로 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술이 한 두잔 들어가 정신이 몽롱해지면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한 내편인 것 같고 한 잔 따라 주는 술은 엄청난 애정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건 모두 술 기운 탓일 뿐이다. 술 깨고 맨 정신으로 돌아오면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고 동료들의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가 있을 뿐이다. 오히려 남아 있는 건 내가 낸 술값에 대한 본전 생각과 그토록 동지애에 불탔던 동료에 대한 서운한 마음 아니겠는가. 잠시 만족스런 그 기분을 위해 시간과 건강과 돈을 쏟아 부으니 술꾼들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자들 같아 보인다.


술도 하나도 못 마시는 나 같은 사람이 술에 대해 뭘 안다고 술주정 같은 말을 주절주절 해 보았다. 그렇지만 나도 직장 생활 삼 십년 가까이 되고 보니, 술 한 잔 제대로 안 마셔도 그 정도 지식은 있다. 우리 세대에 술 한 잔 안 마시고 삼 십년 가까운 직장 생활을 해왔으면 회식때마다 웬만한 소외감은 다 받아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또한 가장 혐오하는 것도 술이고 또 술 취한 사람들이다. 


동료들이나 사람들간의 모임은 좋은 일이다. 서로의 의견이나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쌓였던 오해도 풀고 한쪽으로 치우친 자신의 생각도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에 술이 주인이 되어 그 모임을 이끈다면 그것 잘못된 것이다. 일도 그렇고 모든 삶의 재료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주인이 되고 그 모든 재료들을 적절하게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라야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