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시를 읽는 이유

안동꿈 2009. 5. 30. 11:37

   얇은 시집 한권 늘 들고 다니며 생각날때마다 꺼내 읽고, 어쩌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만나면 접어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 읽다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는...

  시는 책상에 앉아 한꺼번에 다 읽어버린다는건 무의미하다. 비평가가 아닌 이상.

  여행중 기차 안에서처럼 시를 읽기에 매력있는 공간이 있을까. 책에서 눈을 떼어 지나가는 먼 들판을 바라볼 수 있다면, 눈이 푸른 빛으로 물들고 그 푸른물은 가슴까지 맑게 적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시가 많은 세월이 지나 인생속에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시는 고단한 생활을 위로하기도 하고 마음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지난날 잊혀지지 않는 사랑에 괴로워하며 삶의 의욕도 잃고, 끝도 없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언젠가 읽었던 시가 떠올랐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강은교님의 '사랑법'의 처음 구절이었다.  순간 나는 무엇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사랑에 대해 체념이 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옛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시가 이해가 되었다. 아무도 위로 못하는 상처를 그 한 구절의 시는 위로해 주었다.

  스쳐 지나듯 읽은 그 시 한 구절이 그토록 상처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시를 쓴 시인은 얼마만큼의 시련의 고통속에서 그 시를 썼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아이를 업고라도 서점에 가서 시집을 한 권 사리라.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지금은 할아버지된 시인의 노래는 또 얼마나 멋지랴, 자연을 노래한 시 한구절은 멋진 풍경사진보다 훨씬 나를 감동시키리라  - about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