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꿈 2018. 9. 25. 13:15

언젠가, 십 년도 전인 것 같다. 타부서에서 전입 온 직원에게 배달된 화분이 하나 있었다. 투박한 옹기 그릇에 가시 가득한 가지에서 빨간 꽃을 가득 피워낸 화분이었다. 햇볕 잘 드는 창가에서 빨간 꽃을 수시로 피워대는 그 화분이 너무나 예뻐서 늘 마음이 갔다.


그 후 화분집에 들러 같은 꽃 모종을 샀다. 모종 화분에서 좀 커져서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또 덩치가 커져서 두 화분에 나눠 심어 지금은 화분 세 개에 나눠 심어져 있다. 들며나며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수시로 오갈때마다 화분 곁에 앉아 그윽하게 바라보기도 하며 새 잎이나 새 꽃이 피었으면 살짝 쓰다듬어도 주곤 했다.


한때는 물 주는 시기를 한참 놓쳐 초록 이파리 하나 없이 메말라 이젠 수명이 다 되었나 보다고 포기한 적도 있었는데 다시 물을 듬뿍 주어서 초록 이파리를 하나씩 달아낸 감동적인 순간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 꽃에 대한 나의 사랑이 하도 유별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뭔가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은게 기본적인 욕구인 것 같다. '가시, 빨간 꽃' 이런 단어들과 이미지 검색 등을 통해 이 화초가 '꽃기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꽃말이 '고난의 깊이를 간직하다(예수님의 꽃)'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쓰신 가시관의 소재였다는 정보도 알게 되었다.


십 년 가까운 이 꽃에 대한 사랑이 더욱 신비로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