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발령이 났다.

안동꿈 2019. 1. 12. 08:50

발령이 났다.

27년만에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같이 첫 발을 내딛은 친구나 동료들은 1년 혹은 2년 전에 관리자가 되었고, 곧 퇴직을 앞둔 한 국장은 자랑삼아 서른 초반부터 도장만(?) 찍었다고 한다. 내 나이 벌써 쉰둘이다. 이십대에 딸둘을 낳고 1년씩 휴직하며 폭풍우속 같은 시간들을 보낼 때는 여기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짐을 싸들고 찾아간 낯선 내 자리에 반가운 이름들이 화분과 꽃바구니에 걸려 기다리고 있었다. 서른 개는 족히 넘는 축분들이 책상 위와 자리 주위에 가득차 있었다. 고맙고도 미안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언론과 의원들의 질타속에서 오래 묵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밤낮도 주말도 없이 일하다가 갑자기 어떤 낯선 곳에 뚝 떨어진 느낌이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정상이 아니었다.

다 제쳐두고, 축분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어제 오후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는데 아직도 남의 집에 잠시 들른 손님 같습니다. 딱 자식 같은 직원들의 어색한 눈빛을 마주하면 언제쯤 적응될런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야 하는구나 내 처지를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됩니다...'

한 선배는 평생 그런 기회가 잘 없으니 좀 즐기라고 하고,

한 친구는 요즘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졌다고 한다.


수시로 올라오는 결재에 다 파악도 못한 채 클릭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직접해야하는 일과 시켜야 하는 일의 경계가 가장 모호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직접하는 일이 제일 쉬워 보이지만 그것도 친구의 말대로 빨리 적응하여 나도 직원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우선 과제일 것이다.


큰 딸이 케익과 두둑한 용돈 봉투와 히트텍 한벌씩을 남편과 나에게 내민다. 고맙고 기특하다. 또한 그것도 쑥스럽고 어색하다. 다들 변하는데 나만 변하지 못하고 아직 그대로인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새로운 일에 당황하지 않고 이전에 겪었던 일들을 유추하여 적절하고 여유있게 대처하는 것도 포함되리라. 그래야 나를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이 편안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