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특별한 축하 화분
안동꿈
2019. 1. 26. 11:17
새로운 부서에 자리를 잡은지 일주일쯤 되었을까. 진분홍 호접란이 화려하게 핀 화분이 배달되었다.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 사람의 심장이 뛰는 이유는 다양하다는걸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 순간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이유는 순전히 미안함 때문이었다. 화분의 발신자는 십 년쯤 전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나이나 경력이나 모두 나보다 앞선 직원이다. 그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후 지나치다 만나면 반갑고, 서로의 맡은 일이 바쁘거나 힘든 상황을 알게 되면 전화하여 격려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료이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 나는 보직을 받았고 그는 받지 못하였다. 이번 인사 소식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그였다. 모든 일이 나의 잘못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위로 전화는 커녕 마주치게 될까봐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런 그가 축하 화분을 보내왔다. 휴대폰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왜 이러냐고. 미안해 죽겠는데...
'뭔 소리여. 사람은 다 자기 팔자대로 사는 것이여...'
통화 시간은 아주 짧았다. 그러나 거기에 서로가 감춘 진실은 없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곳에 감동이 숨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고 하면 '중심에 사람을 두는 것' 그것이다. 그곳에 항상 감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