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새로운 출퇴근길

안동꿈 2019. 3. 12. 07:00

올 초 근무지가 바뀌면서 출퇴근 길이 더 가까와졌다. 지하철은 두 정거장, 버스는 세 정거장 정도 줄어든 것 같다. 그러나 둘 다 내려서 걷는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가는 버스를 타 보았다. 도심지가 아닌 외곽으로 빠지는 길이었다. 한 번 환승하도록 되어 있고 버스노선도 두 개씩 있었다. 거리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교통체증이 없어서 시간이 덜 걸렸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버스를 갈아타는 곳에 화훼단지가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각종 꽃과 나무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퇴근 길 차 안은 마치 어린 시절 하교길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처음 탄 버스가 언덕을 한차례 오르내리고, 환승한 후 또 한번 언덕을 올랐다 내리면 집에 도착하게 된다. 버스 안 사람들은 다들 순박해 보인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린 곳은 나지막한 산이 있고 꽃 모종, 나무 모종, 채소 모종들이 길을 차지하고 있어 마치 시골의 5일장 같기도 하다.


요즘은 상추, 고추, 토마토, 가지 등 각종 채소 모종들이 넘쳐난다. 그 채소 한 포기도 심을 땅이 내겐 없지만 그 모종들이 누군가에겐 소망이기 때문에 더욱 예쁘지 않나 생각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할머니 두 분이 "꽃하고 아기들은 아무리 봐도 예뻐." 하신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겐 낯선 설렘이다. 낯선  길, 낯선 풍경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어쩌면 그 낯섦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실상은 우리 마음 속에 담긴 본향의 속성일지도 모른다. 퇴근 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식상하여 낯섦을 찾아 나서곤 한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그 낯섦은 대부분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일 때가 많다. 그것은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거나 풍요롭게 하기보다 잠깐의 짜릿함과 긴 휴유증을 품고 있을 때가 많아 보인다. 우리는 계속하여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우리 영혼에 어떤 공격을 가해오는지 파수꾼을 세워 지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영혼의 성이 온전하게 보호되고 지켜져 마지막 날까지 견고하게 서 있으려고 하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