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대통령의 글쓰기 by 강원국

안동꿈 2019. 5. 6. 10:53


'대통령의 글쓰기'는 저자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8년간 대통령 연설비서관실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보좌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라는 부재가 말해주듯이 이 책은 저자 강원국의 글쓰기에 대한 글이 아니다. 8년간 두 대통령이 당신의 생각과 계획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했던 모든 여정이다 . 저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받아 정보를 녹여 시간에 맞춰 제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로 부족했고 실수했던 것에 대해 많이 추억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들이 그래야 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관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절 저자에게 요청한 사항이다. 그러나 미루어 두었다가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야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글쓰기는 작가가 어떤 주제를 정하면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의 생각을 엮어 글을 쓰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글은 어떤 행사나 주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와 해박한 지식, 시대와 대중의 마음을 읽는 혜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가 글을 주도해야 한다. 연설문의 특성상 시간적인 제약 또한 엄청나게 따른다. 저자는 긴장의 연속이었던 8년간의 청와대 생활중에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한 황당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 대한 저자의 존경심이 책 전반에 풍성하게 흐르고 있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대통령의 사상과 삶은 감동과 존경과 함께했던 영광으로 행복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글쓰기에 대해 저자에게 생각나는대로 이야기한 아래 글은 글쓰기에 대한 모든 답이 들어 있다. 저자는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따름이라고 한다.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글은 자연스러운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되는 글이네."  



이 책을 통해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성역과도 같은 대통령의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접할 수 있었다. 무관심하게 지나칠 대통령의 담화나 연설문에 대해 이후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임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