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제주
2박3일 제주 여행. 다섯 번째 제주 방문이다.
직장에서 직원 복지 차원에서 기획한 국내 배낭여행. 팀을 구성하고 여행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사하여 선정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는 선후배 여직원 네 명으로 구성하였다. 팀 이름은 '삼김일류'. 세 명의 김씨와 한 명의 류씨 성을 따서 지은 단순한 팀명이다. 여행계획은 어차피 직원들 복지를 위한 기획인데 싶어 형식적인 '벤치마킹'부분은 생략하고 "사람과 일에 지치고 청춘과 인생에 배신당한 중년의 여인들이 커피 한 잔 홀짝이며 나누는 수다로는 해갈되지 않는 인생의 갈증이 있다. 또한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과 화해하여 민원들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썼다. 솔직한 계획서에 감동받았을 리는 없고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아 선정된 것 같다.
직장에서 지원해 주는 경비는 1박2일이지만 제주도를 1박2일 다녀오기는 섭섭하여 지원경비에 150%를 더 보태 주일에 출발하기로 했다. 나를 제외한 세 명은 일찌감치 출발하고 나는 주일 일정을 다 마친 오후 7시 비행기로 출발하였다. 제주시에 있는 대명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동문시장에서 미리 사 둔 각종 먹거리들을 펼쳐서 첫 날 저녁을 해결하였다.
둘째 날 아침은 숙소 뒤에 자리잡은 서우봉 오름에 올랐다. 언덕에 올라 함덕서우봉 해수욕장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하였다. 일상 생활에서는 결코 누릴수 없는 호사라며 우리는 호들갑을 떨었다. 아침을 먹고 절물자연휴양림에 갔다. 키 큰 삼나무에서 뿜어져나오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마음껏 지껄였다. 산책을 마치고 맛있는 점심을 찾아 헤매다가 운전하던 후배가 갑자기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제주에서 산 지 십 년 되었고 제주에 이사한 후로는 거의 연락이 끊긴 친구라고 한다. '오랜만이다. 제주에 여차저차 오게되었다. 맛집 추천해봐라.' 황당한 전화에도 친절히 알아봐준 후배의 친구 덕분에 그 후로 끼니때마다 맛집투어를 하게 되었다. 사모님 정식, 자리물회, 정원이 화려한 '미스틱 3도'라는 카페까지 모두 후배 친구가 추천한 곳이다.
마지막 날엔 한라산 한번 밟아보자고 한라산 1100고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느낌 닿는대로 옆길이 좋아보이면 네비를 무시하고 옆길로 들어섰다가 나오기도 하면서, 울창한 나무숲의 한라산 드라이브는 더없이 상쾌하고 우리들의 대화는 유쾌했다.
다섯 번째 제주. 이제서야 관광을 좀 벗어난 것 같다.
요즈음의 제주는 유채꽃도 청보리도 스러지고, 특별히 좋아하는 한라산 설경과도 거리가 먼 계절이다. 우리는 유명한 볼거리를 찾지 않았다. 한적한 제주, 편안한 여행, 유쾌한 수다로 기억되는 제주여행이었다.
여섯 번째 제주는 누구랑 어떤 모습으로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