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책읽기

하악하악 by 이외수, 결론은 "그냥 내비둬"

안동꿈 2009. 9. 1. 20:40

 나는 책을 잘 사지 않는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책을 정독하기 때문에(글쎄, 정독이래봤자 한 글자도 빼먹고 읽지 못하고, 이해못한 부분은 다시 반복해서 읽어야하는 이상한 습관정도)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다. 고로 빌려서 읽는다. 얼마전 매우 감동 깊게 읽은 책을 다시 보고 싶어 잡았지만 결국 못읽고 던져 버렸다. '이 세상엔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읽은 책을 읽고 있단 말인가.' 라고 결론지어 버렸다.

 

직장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곤 한다. 규모가 작아 읽고 싶은걸 읽는게 아니라, 그 중에서 읽을만한걸 선택해야하는 엄청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발견했다. 예전에 그에게 빠져 지냈던 시절이 생각나 빌렸다. 

우리는 수필에서는 대부분 점잖은 어투를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생각은 늘 아름답고 고상할 수만은 없는데 수필의 언어는 항상 고상하다. 아마 작가들의 속에 자리잡고 있는 분노나 비판은 소설을 통해서만 진실되게 표출되지 싶다. 그런데 이외수는 수필에서도 하고싶은 얘기 다하더라.

몇 가지 옮겨본다.

 

한국 사람들은 정력에 좋다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서 멸종 위기에 처하도록 만든다. 내년 여름에 대비해서 지금부터라도 모기가 졸라 정력에 좋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그런데 양심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은 도대체 언넘이 퍼뜨린거야

 

어느 중학교 한문시험에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한 학생이 '백 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하다'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 주었다. 실화다

 

이쑤시개가 야구방망이를 보고 말했다. 그 몰골로 누구의 이빨을 쑤시겠니, 쓸모없는 놈

 

(악플러들을 위한 백신)그대가 비록 절세의 무공을 지닌 검객이라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강호에 나가면 함부로 칼을 꺼내 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시게. 자신의 알량한 검법을 과신해서 좌충우돌 안하무인으로 미친 칼을 휘둘러대던 검객들이 이름도 없는 촌로가 섬광처럼 휘두르는 갈대 잎에 목이 뎅겅 잘려 나가는 광경을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네

 

악플-자신이 천박하면서도 단세포적인 두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악적으로 과시함으로써 치떨리는 소외감과 패배감을 졸렬한 우월감과 정의감으로 환치시키고 싶어하는 인터넷 찌질이들의 유독성 토사물

 

이쯤에서 한마디 던지고 싶다.

'도사님, 그냥 내비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