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by 조남주
근무하는 사무실 4층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도서관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소이다. 지금까지 도서관은 늘 멀리 있었다. 차를 타든가 지칠만큼 걸어야 했었다. 같은 생활공간에 도서관이 있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하루에 한번씩은 이 작은도서관에 다녀온다. 그냥 책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베스트셀러지만 읽을 기회가 없었던 '82년생 김지영'이 눈에 띄어 얼른 대출하였다. 사서가 '술술 읽혀요' 라고 한다. 정말 술술 읽혀, 비가 쏟아지는 토요일에 방구석에 처박혀 읽어치웠다. 몇 군데서 살짝살짝 눈물도 났고 통쾌한 곳도 있었다.
김지영씨가 중학교때, 같은반 일진 여학생들이 바바리맨을 보고 소리지르다가 단체로 교무실에 불려가 혼난 후 그 바바리맨을 포섭하여 파출소에 넘긴 사건은 매우 통쾌했다. 부당한 차별에 대항하여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어낸 많은 김지영의 주변인들에게 또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정작 김지영은 부당한 상황 앞에서 속으로만 읊조렸고 속으로만 반항했다. 어쩌면 대다수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나와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 80년대생. 마치 자식같은 그들이 여전히 우리가 겪었던 차별을 겪는 모습에, 어릴적 나와 나의 동생들 그리고 우리 딸들이 안쓰러워 나는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김지영을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 모든 일들이 부당한 차별임을 깨우쳐준데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삐뚤어진 가치관으로 인한 차별은 가치 절하된 사람뿐 아니라, 가치 절상된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피해임에 틀림없다. 특별한 보호를 받은 그들은 연약하게 자라게 되어 보호자가 사라진 환경에 놓여질때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해피엔딩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운 좋게, 혹은 우연히 살아남은 '여아'들이었던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기록을 남길 수밖에..." 웹진 아이즈 기자의 서평처럼 우리가 과격하게 대응하나 그대로 수용하나 다 상처와 불행을 남길 것이다. 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리들의 소박한 대응 방식. 이 책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이고 공감하는 것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구호나 세리머니나 통계수치로는 그 뼛속 깊이 박혀있는 (차별의)니코틴을 완전히 뽑아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