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나

거울도 안보는 여자

안동꿈 2019. 12. 14. 17:48


  하루 중 유일하게 거울을 볼 때가 출근하기 위해 화장할 때와 직장에서 점심 양치질 후 지워진 입술을 고칠 때이다. 그러니 진짜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저녁을 먹은 후 갑자기 컷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용실을 찾았다. 거울 앞에 앉은 주름 자글자글한 중년 여인이 보통 낯선게 아니었다. '내가 저렇게 늙었나' 보다는 '내가 저렇게 생겼었나'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한마디로 깜짝 놀랐다. 미용사가 머리손질을 다 할때까지는 꼼짝없이 거울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눈을 감는 일이었다.


아무도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보기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은 젊을 때의 그 번민과 고뇌의 질풍노도 같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다며 나이듦을 예찬하기도 하지만 늙음이 곧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자유로운 이는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육체가 쇠하여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에 따라 정신의 여력도 함께 연약해진다. 늙어가는 자신을 외면하기보다 정신과 육체가 서로 삐걱거리지는 않는지 수시로 점검하여 조화롭게 나이 들어가는 그 경지를 이젠 사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