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한 평도 못되는 내 자리
안동꿈
2009. 9. 19. 09:20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내 자리다. 일주일에 서너번 관내출장가는 일 외에는 대부분 이 자리에 앉아 있게 된다.
거의 대부분의 일이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일들을 온라인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결정된 일이 오프라인을 종결시키고 개선해 나가기도 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파일들이 많이 늘어나 있다는 건 바빴다는 증거다. 좀 여유가 생기면 그것도 분류대로 정리될 것이다.
사람사는 곳이니 즐거운 일도 짜증나는 일도 수시로 일어난다. 나이가 들수록 그 기복이 완만해졌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이 공간에서는 인생이니, 의미니, 가치니 하는 형이상학적인 것에 자리를 내어줄 여유는 없어 보인다. 그나마 그렇기 때문에 이제껏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든 것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일들이 나를 옮겨간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어쩌면 매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만의 가치를 적용하여 모든 일을 선택한다는 건 무리일 것 같다. 삶에 대한 사유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등뒤로 석양을 누리며 걷는 길에 잠시 동행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