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지금, 여기

안동꿈 2021. 11. 28. 15:15

코로나 이후 교회 모임을 최소화 하면서 토요일 교회 청소를 딸과 둘이서 한다. 더구나 오늘은 딸이 외출하여 혼자하게 되었다. 미룰 수 있는데까지 미루다가 저녁에서야 청소하러 내려갔다. 보통은 최대한 빨리 후다닥  해치우는데 오늘은 기도 배경음악을 켜고 청소를 시작했다.

 

기도 음악과 차분한 걸레질에, 마음속에는 기도문 같기도 하고 내 생각 같기도 한 것이 피어올랐다. 한 주간의 일들이 돌아봐졌고 후회스러웠던 순간과 함께, 그 이전에 주께서 내게 그것에 대해 미리 대비하도록 하셨던 것도 기억났다. 내가 내 자아가 아닌 믿음으로 주님을 계속 갈망하며 주의 뜻에 예민했다면 놓치지 않았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내 믿음의 부족함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절망이 밀려왔다. 아. 그런데 믿음도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다고 하셨는데...

기도시간 같기도 하고 청소시간 같기도 한 시간들이 흘렀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함께 청소해주신 주님과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시간을 주시고 수 많은 일들을 우리 삶 가운데 행하게 하신다. 우리 자아는 온전치 못하여 좋고 싫은 일들을 구별한다. 우리 자아가 주인이 된 생활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싫어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희생시킨다. 우리 삶엔 좋아하는 일보다 싫어하는 일들을 해야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다. 고작 좋아하는 일이야 쉬거나 오락하거나 친구들과 놀거나 하는 몇 안되는 것들이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의 자아가 완전하지 못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지금 여기에서 하는 것에 마음을 다할때 그 시간들은 평화와 희락의 시간들이 될 것이다. 그 일들에 집중하면 그 속에 창조주께서 숨겨놓으신 놀라운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면 그 놀라운 감각과 지혜를 깨달을 수 있게 해주신다. 하나님을 만나지 않고는 결코 우리의 자아를 뛰어넘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