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쓰기의 위대함
안동꿈
2022. 2. 19. 11:35
한동대 이재영 교수의 세바시 강연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를 들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였지만 연구실적을 낼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웠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죽음을 결심하며 흥해읍 재래시장을 배회하던 중에 깻잎을 팔고 있는 검게 그을고 주름 자글한 할머니를 만난다. 그는 '할머니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인생이며, "인생이라는 것이 위대하게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살아내는게 위대한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길로 돌아와 노트에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 보며 쓰기 시작하여 삼 일 밤 낮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써내려 가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쓰기'의 위대함.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희미하고 모호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어떤 실체로 끌어내고 싶은 생각에 늘 목마르다. 희미하고 모호한 것들은 늘 우리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한다. 그 작업이 무척 고통스러울 때도 많지만 그 결과로 얻게 되는 효과는 너무나 크다. 진리는 언어를 통해 계속 우리에게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쓰기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물은 인생의 정수에 근접해 있고 그것을 계속하여 유지하게 해준다. 그것은 헤엄쳐 다니는 생각들만으로는 결코 견져낼 수 없는 가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