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억되는 선물
나는 퀴즈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해서 그날도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말 겨루기'를 시청하였다. 연배가 나보다 좀 더 되어 보이는 남자 출연자가 있었다. 이마가 정수리까지 확장된 그는 문제를 곧잘 맞추어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다. 방송 도중에 초등학교 때 친구를 찾고 싶다는 사연까지 소개하며 방송덕을 톡톡히 본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에 얽힌 이야기로, 가난한 형편에 본인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그 친구가 향나무 향기가 나는 연필 1다스를 선물로 사주었고 그 귀한 선물을 선뜻 건네준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고 한다. 중학교까지 같이 학교를 다니고 헤어진 후 지금까지 볼 수 없었고 이리저리 수소문해도 만날 수가 없더란다. 그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게 못내 아쉽고 살아오면서 그 일이 새록새록 더 생각나고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이 사연을 들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건넨 작은 선물이 수 십년을 훌쩍 넘겨서도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감동이 된다는 게 놀랍게 여겨졌다.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던 그에게는 수학여행에서 온 그 귀한 선물이 얼마나 귀했을 것인가. 그의 아픈 마음을 격려하고 위로하기에 충분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토록 오래 가슴에 남았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누군가에게는 주는 순간 잊혀질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더욱 신비롭고 놀라운지도 모른다. 가볍게 뿌려놓은 선한 씨앗들이 어디선가 또 누군가에게서 아름답게 꽃피고 열매맺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