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출퇴근 길의 루틴

안동꿈 2024. 3. 9. 09:50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가장 최적의 출퇴근 루틴을 정한 뒤 매일 반복하게 된다. 나는 한시간 정도 걸리는 출퇴근 길에 버스, 동해선, 지하철을 거친다. 그 길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 익숙한 길을 처음 갈때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마치 광야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도 매우 유해하게 느껴진다.

아주 익숙해지고 나면 내가 가는 그 길에 마치 투명관이 씌워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스쳐 지나가도 나의 길은 안전하다. 그 길은 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길이며 이리저리 살필 필모가 없다.

이것은 몸과 생각의 스마트한 합동작전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생각이라는 주인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시하였고 몸은 성실히 그 지시를 따른 결과이다. 시간이 더해 갈수록 몸은 더욱 능숙하게 그 일을 수행하게 된다.

매일 몸은 이미 주어진 명령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고, 거기에 생각인 주인의 추가 개입은 필요없다. 주인은 이 일을 충실한 하인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그는 더 고차원적인 그날의 중요한 임무나 장기적인 인생의 문제들을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수행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