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장님이 또 명절 선물을 보내왔다.
지금 근무하는 부서로 발령받은지 1년 2개월째다. 나의 직속상관인 계장님은 우리과에서 3년간 근무하시고, 나와는 1년간 같이 근무하고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가셨다. 풍체에서 우선 주위를 압도할만한 위엄을 갖고 있고, 업무 경계가 모호한 부분에서나 복지차원에서의 자기 직원 끌어안기를 위해 가끔씩 성질을 내주시기 때문에 늘 주변에서는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우리계 직원들은 그 그늘 아래서 어느정도 보호를 받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계장님은 승진에서 여러번 미끄러지셨다. 내가 발령난 그때 회식자리에 계장님이 빠지셨는데, 그 이유가 첫 승진후보로 오른 첫 실패였고 굉장히 실망한 모양이었다. 그 후 같은계에서 나는 계장님의 그 고통의 얼굴을 두번이나 더 보았다. 새까만 후배들이 승진 후보에 오르자마자 승진하는걸 보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인 것을 알았다.
계장님의 승진 실패 이유가 따로 있다고 말들 한다. 본인은 100%, 남들은 아마 90%정도 동의하는 이유라고 해두자. 우리 회사 사장은 4년마다 주민에 의해 뽑힌다. 계장님이 지난 사장때 업무상 최측근으로 있었고, 당연한 이치로 가장 총애를 받았다. 그러나 선거로 새로운 사장이 당선됐고 우리 계장님은 전에 입은 총애의 양만큼 승진에서 멀어졌을 것이다. 인지상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냉엄하다.
계장님은 함께 있을동안 두번의 명절에 집으로 배 한상자를 보내주셨다. 처음 받았을땐 첫명절이라 직원들을 챙기나보다 하면서 서둘러 나도 선물을 보내드렸다. 그 다음 명절에도 선물을 받고 또 뒤늦게 선물을 챙겼다. 마트에 가서 냠편을 세워두고 선물을 고르는데, 상사가 미리 챙긴 선물에 보답하는 선물을 고르려니 쉬울리가 없다. 같은 선물코너에 대여섯번은 갔을 것이다. 나중에는 남편에게 미안하여 '계장님은 괜히 선물을 보내가지고 귀찮게' 하면서 남편 짜증을 막을 속셈으로 먼저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저께 토요일 집에 있는데, 나에게로 온 택배를 받으러 가면서도 그 계장님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또 계장님이 배 한 상자를 보내오셨다. '계장님 고향에 배밭을 두셨나...' 이번에도 또 나는 뒷북이나 쳐야하는 신세다. 그러나 선물은 앞뒤 생각할 것 없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떠나도 나를 기억해주시니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