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이웃 사귄 이야기
정관 신도시로 이사가신 지 석 달 되신 시부모님. 추석에 시댁에 갔더니 아버님께서 아파트 윗 집, 아랫 집 그리고 앞 집과 사귀게 되신 이야기를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자랑 하신다. 평생을 주택에 사시다가 이 곳으로 이사오기 바로 전부터 아파트에 살게 되셨는데, 아래층에 아주 고약한 이웃을 둔 바람에 많이 고생하셔서 부모님은 이곳으로 이사온 후 염려를 많이 하셨나보다.
지난 아파트 아래층엔 나이든 여자 분이 혼자 살고 있었는데, 자식들 다 출가하고 사시는 부모님께 혹 명절이나 기념일 외에 어린 손주들이 올 일도 자주없는데 그것 마저도 시끄럽다고 굉장히 히스테리를 부렸었다. 어쩌다가 손주들이 오면 부모님들은 '살살 걸어라. 뛰지마라'를 입에 달고 계셨다. 그래서 손주들이 온 날은 무작정 선물을 들고 찾아 갔는데, 그쪽 반응은 ' 이런것 필요없고 애들이나 조용히 시키세요'하고 문을 쾅 닫아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바로 윗 층에서 나는 소리 뿐 아니라 한 층 건너 윗 층의 소리도 거슬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셨단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안 막내고모가 아래 층에 한번 찾아가서 발로 문을 냅다 들이 차고는 '문 열어'하고 소란을 피웠고 그 후론 그런 일이 없었다고 아버님이 이제사 고백을 하신다.
새로 이사온 아파트의 이웃 중 윗 집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많이 시끄럽더란다. 이전에 살던 때 생각도 나고 해서 부모님이 먼저 배와 사과등을 바구니에 담아서 들고 가서 아랫 집에서 왔노라고 했더니, 아이들 부모님이 놀라서 애들이 너무 시끄럽죠 하더란다. 아니라고 애들이 다 그렇지라며 돌아왔는데, 나중에 바구니에 선물을 담아 왔더라며 사귀게 된 사연을 얘기하신다.
다음은 아랫 집 사연으로, 어머님이 추석에 쓸 생선을 사서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는데, 그 냄새가 아랫 집에 새어 들어간 모양이다. 굉장히 화를 내며 찾아 왔길래 정말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보낸 후 과일을 담아 사과하러 재차 찾아 갔더니 그 분들이 더 미안해 하며 이웃 사촌이 되었고, 앞 집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인데 일흔이 넘으신 우리 부모님을 뵐 때마다 얼마나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지 아주 이뻐 죽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이웃을 둔게 고마워 과일을 보냈더니 그 다음엔 더 풍성한 음식을 들고 찾아왔더란다.
부모님은 아파트에서도 이렇게 이웃사촌으로 지낼 수 있는 이웃이 있으신게 너무 좋으신 모양이다. 듣는 우리도 얼마나 흐뭇했는지. 부모님댁이 더 멀어져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참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