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들 달라도 너무 달라
우리집엔 3살 차이 나는 딸 둘이 있다. 큰 딸은 중3, 혈액형은 A형, 작은 딸은 초등 6학년 O형. 둘의 성격이 흔히 '혈액형으로 알아본 성격' 이런 분류에 어느 정도 맞는 구석이 있는것 같아 굳이 혈액형을 밝힌다.
아이들이 어릴때 직장 때문에 일찍 어린이집에 보냈었다. 큰 애는 9개월에 휴직을 했고, 휴직 후 출근하여 얼마 안있어 둘째를 가졌고 둘째를 휴직하기까지 시어머니, 고모, 혹은 남편까지 시간 나는대로 돌보다가 둘째의 휴직기간이 끝날 쯤에 같이 어린이 집에 가게 되었으니, 큰애는 다섯살에, 작은애는 갓 돌이 지난 후 어린이집에 맡겨진 셈이다. 그러고보면 큰 애는 보통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시기에 간 것이다.
사실은 그 이전에 집근처 작은 어린이집에 큰 아이를 데리고 찾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등록비도 다 지불하고 이틀을 다닌후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포기했었다.
1 년여 정도 어린이집에 다닌 후 큰 애가 여섯 살이니 1년은 유치원에 다닌 후 초등학교에 가는게 좋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집 근처의 유치원에 찾아간 첫 날 큰 애는 인생의 무거운 짐을 혼자 진 듯한 표정으로 엄마 옆에 꼭 붙어있고, 동생은 이리저리 호기심어린 눈으로 둘러보고 있으니까 선생님께서는 동생은 적응을 잘 할것 같은데, 언니가 좀 걱정된다고 하셨다.
그 후 아침에 유치원 데려다 줄 때마다 큰 애는 가기 싫어서 절망적인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가는 모습에 출근해서도 종일 마음이 아팠고, 정말 내가 이 일을 꼭 해야하는지를 많이 고민하게 했다. 반면 작은 애는 제일 어린반으로 유치원에서 재롱 발표회가 있는날 귀여운 옷을 맞춰입고 템버린으로 율동과 노래하는 발표였는데, 시작하는 부분에서 왼손에 템버린을 들고 오른손을 호랑이 발톱 모양으로 하여 템버린을 치라고 배웠는지, 자기는 선생님이 시킨대로 준비하고 있는데 주변 친구들이 안한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구경온 사람들까지 다 들리게 큰소리로, 친구들에게
"호랑이 발톱 해야지" 하면서 애들을 가르치려 해서 모두들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큰 애는 지난 명절에 '둘째고모가 너 공부 몇등하냐' 는 물음에 그간 시험 성적중 가장 못한 등수를 불러 주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냐고 하니까, '만약에 더 잘한 걸 불러줬다가 그보다 못하면 거짓말이 되잖아'그런다.
한번은 큰 애가 밖에서 교통카드는 충전이 떨어졌고 주머니에는 천원짜리 하나 밖에 없고, 집에 돌아올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막막하더란다. 교통카드와 달리 어른과 어린이만 구분되어 있는 승차권은 중학생인 자기는 어른에 속할텐데 돈이 100원이 모자랐단다. 그래서 아빠보고 좀 데려와 달라고 전화를 했단다. 키는 작아서 완전 초딩인데 어린이 승차권 끊어서 타지 않았냐고 마구 구박을 했었다.
큰애 휴대폰은 새로운 알이 충전될 때까지 반도 못쓰는데, 작은 애는 일주일이면 떨어진다. 큰 애는 필요한 물건이나 옷을 사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고, 그래서 동생것만 사주려고 동생것 챙기면 부루퉁 해가지고 동생것도 못사게 한다. 동생은 언니 살때는 자기것 안사준다고 삐져서 언니것 살때도 사야하고 언니가 안산다고 해도 자기건 사줘야한다.
큰 애는 돈이 생기면 무조건 모아 놓기 때문에 가끔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큰애에게 빌려쓰기도 한다. 용돈 한 달 밀리는건 기본이고 그러다가 넘어가도 신경 안쓴다. 작은 애는 돈이 생기면 바로 다 써야 직성이 풀리고 늘 돈 달라고 손 벌린다.
요령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도 없는 큰 녀석, 모아논 코 묻은 돈으로 요령을 사려는지, 실속없이 요령만 주렁주렁 메달고 있는 작은 녀석은 또 커가면서 얼마나 많은 벽에 부딪힐까. 큰 애는 이래서 잔소리, 작은 애는 저래서 혼난다. 옛날 짚신장수 우산장수 아들 둔 어머니처럼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하는 엄마가 될까 심히 걱정이 된다. 가끔 '둘이 똑 같으면 애들 키우는 재미가 있을까' 하면서 서로 다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고자 하지만 돌아서면 아이들에게서 거슬리는 것들만 찾아지니 참 부모 노릇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