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강가 단상

여자상사가 편한 이유

안동꿈 2009. 11. 1. 21:14

지금 막 마흔을 넘긴 우리가 삼십대 일때 한창 386세대 라는 말이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1968년생인 나와 내 친구들. 어린시절을 보낸 산골동네에는 같은 또래들이 많아야 두셋 정도 밖에 없는데 유난히 우리 또래들은 많아서, 여자애들만 여덟이었다. 아랫마을에 넷, 윗 마을에 넷. 

 

그 여파는 직장에서도 나타나서, 주변을 둘러보면 여직원들은 대부분 내 또래들인것 같다. 우리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고참 여직원들도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었고 계장님들은 전 부서를 통틀어 한 두분 계시는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부서에 한 분정도는 여자 계장님이 계시는것 같고, 직원들은 남,녀 비율을 따져보면 여자가 더 많을 정도다.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직장생활을 해오고보니, 이젠 고참 소리를 듣게되고, 계장님들과도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는 않는 편이다.

 

며칠전 직장 친구들과 점심약속을 하여 만났다. 1시간의 점심시간이라도 밥 먹는데는 2,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수다로 보내는 것 같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밥 먹는건 뒷전이고 수다떨기 바쁘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지난 인사때 새로운 여자 계장님을 모시게 된 한 친구에게 '그 계장님 어떠냐?'고 했더니, 계장님이 웬만한 남자들보다 대담하고 터프하고 또 편하게 대해준다고 한다. 문서의 글자 한자갖고 목숨거는 그런 사람, 스치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며칠씩 꽁해 있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여자 계장님을 상사로 모신적은 없지만, 주변의 여자 계장님과 같이 근무하는 또래들의 말을 빌리면, 여자들이 나이드니까 남성화 되어서 대하기가 오히려 편하단다. 그게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게,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늘어나서 남성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되고, 남성은 여성호르몬이 늘어나서 여성적인 성향을 점차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여성이나 남성이 중성화 되어 가는것 같다. 물론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을 가장 기본적인 생물학적인 측면만 따지고 볼 때 사람이 갓 태어나 아기일 때 중성적인 성향이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남성, 여성이 뚜렷하여 각자의 소임대로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종족을 보존하다가 더 나이가 들어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노인이 되었을 때 다시 중성화되어 생명이 끊어지는 것. 이것이 인간 생의 기본 흐름인 것 같다. 우리 인간이 본래 남성과 여성이 하나로 되어 있었다는 예상도 가능하고, 하늘나라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구분이 없다는 상상도 가능하게 한다. 왠지 이야기가 곁 길로 샌것 같다.

 

어쨌든 남성호르몬이니 여성호르몬이니 하는 학문적인 차원을 떠나서, 우리는 삶의 바람과 세월의 파도에 깎여 아무리 날까롭고 예민하던 사람도 부드러워지고 너그러워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