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오시는 할머니께서 어느날 은행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장만하여 가져다 주셨다. 금방 손질하신 것인지 은행의 그 향기로운(?) 냄새도 살짝 풍긴다.
가끔 영양밥에 한 두개씩 들어있는 은행은 맛보았지만 내가 직접 만들어 먹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이 나이쯤 되면 안해본 것도 웬만한건 대충 어찌어찌 손봐서 먹으면 되겠다는 식의 통밥이라는 것이 생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다는 얘기를 풍문으로 들은 바가 있어 한 웅큼씩 덜어내어 먼저 딱딱한 껍질을 깐다. 은행의 모서리를 위로 향하게 잡고 칼 등으로 탁 치면 딱딱한 껍질에 금이간다. 그러면 딱딱한 껍질을 벌려서 부드러운 알맹이를 발라낸다. 그렇게하여 팬에 넣고 은행이 고운 연두빛으로 변하기까지 돌려가면서 굽는다. 그렇게 다 구운후 은행을 살짝 문지르면 은행을 싸고있는 부드러운 껍질이 벗겨지고 아주 고운 연두빛 은행알이 드러난다.
따뜻할때 먹으면 비록 달콤, 새콤, 고소한 그런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쫄깃쫄깃한 맛이 다른 어떤 음식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만족스런 맛을 우리에게 준다.
가을이 익어가는 날에, 이렇게 가을을 야무지게 씹어 먹어본 날이 있었던가. 쫄깃쫄깃한 은행맛, 그 가을맛이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