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십년 가까이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매달 회비도 자동이체 하고, 두 달에 한번 정기 모임도 하고 또 요즘 세태에 맞춰 밴드도 운영하고 있어, 모임이 계속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셈이다.
지난 번 모임엔 가수 김창완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나온 김에 책을 사자고 했다.서점에 들렀더니, 온갖 제목의 책들이 유혹을 해서 김창완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를 비롯하여 다섯명이서 각기 다른 책을 사서 돌려보기로 했다.
내가 고른 책은 김예원 변호사의 "사람을 변호하는 일"이었다. 실제 자신이 변호했던 사건을 주로 다루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나의 재능과 능력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일은 참으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귀한 가치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스스로 변호할 수 없는 연약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호의 길을 가고 있고 세 아이를 키우며 치열하게 그리고 기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변호한 사람의 온전한 회복이 주는 기쁨은 보수나 인정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직장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와 퇴근 길에 만나서 서로 읽은 책을 교환하였다. 친구의 책은 김창완의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였다. 젊을땐 위로의 글들이 별로 감동이 되지 못했는데 중년을 넘어서니 이젠 위로가 필요한지 귀절들이 뭉클하다. 퇴근 길에 돌아보면 하루가 못마땅하고 후회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에 집착하지 말고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니까, 그것도 삶의 부분이니까...
스스로를 다독이게 된다. 남은 잘 위로하면서 나에게는 인색했구나 싶었다.
얼른 읽고 또 돌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