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나의 블로그에 등장한 아이 넷의 둘째고모네 이야기다. 얼마전 그 네 명의 아이중 전체 서열로는 둘째이며, 딸중에선 맏이인 조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 한참 신종 플루로 고생할 때 시부모님이 딸네 집에 방문했다가 방안에 가둬놓고 식사때마다 방문만 빼꼼 열고 밥을 넣어주고 다 먹은 후에 그릇을 내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아이구 딱해라' 그랬었다.
그 후에 어머님 생신겸 그 집 막내 첫돌 축하 저녁 만찬 때 건강한 4명의 자녀를 이끌고 개선장군처럼 등장한 그 식구들에게서 신종 플루 투병기를 전해 들었다.
신종플루에 걸린 초등 2학년인 이 조카는 발병 즉시 독방에 갇혔다. 그리고 초등 4학년인 오빠와 일곱 살난 여동생은 학교와 유치원 등교가 거부된 채 역시 함께 집에 갇히게 되었다. 아이들 엄마는 아직 돌도 안된 막내 딸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느라 둘째와 아이들을 격리시키며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의 투병에 들어갔다.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서 딸이 있는 독방에 넣어주고, 다 먹은 그릇은 따로 처리하였으며 혼자 지내면서 시간을 보낼 책과 CD를 넣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셋이나 되는 오빠와 동생들 틈에서 평소 많이 고달팠던지 은근히 독방생활을 즐기더라고 한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갓난쟁이 하나 돌보기도 버거워 하던데, 갓난쟁이 데리고, 신종 플루 옮길까봐 딸내미 격리시키랴, 평소와 달리 학교와 유치원 등교도 거부된 두 아이들 뒤치다꺼리까지 하느라 정말 고생했겠다. 그렇게 노력한 보람으로 아이들이 하나도 신종 플루에 전염되지 않은 채 둘째 조카의 완쾌 소식을 듣고 정말 대단한 주부라고 생각했다. 아마 주부인증, 혹은 학생들 내신처럼 등급을 메긴다면 단연 1등급감일 것이다.
둘째고모가 후에 회고하기는 '자기는 막내가 너무 어려서 특별히 조심했는데, 그외에는 가장 심한 3일정도만 조심하고 마스크를 끼고 함께 생활해도 충분할 것 같다' 라고. 전문가(?) 입장에서 조언을 한다.
어쨌든 편리함과 합리성만 너무 강조되는 요즘 세태에 둘째고모네의 생활방식을 미련스럽게 볼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요즘 세대에 그리고 앞으로 올 세대에 그의 삶의 방식이 빛을 발하리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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