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우리가 속한 공간을 품격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안동꿈 2011. 7. 23. 07:00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게 되었다. 평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병원에 새롭게 건강검진 센터가 생겼다고 하여 정기검진과 건강검진을 예약하여 함께 받게 되었다.

 

쾌적한 공간과 친절한 직원들...

시간에 쫓기는 내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났는가 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없도록 안배하여 짧은 시간 안에 검진을 마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검진을 받기 전에 사전 설명도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해주어서 굉장히 만족스럽게 검진을 마칠 수 있었다. 위내시경 등 고통스러운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친절이 필요한 곳이 병원이라는걸 누구든지 동의할 것이다.

 

잠깐씩 짬이 나는 중에 소파에 앉은 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지극한 친절에 우선 나 자신이 굉장히 존귀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과 친절을 베푸는 그들이 아주 고상하게 느껴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를 둘러싼 그 공간이 아주 품격있는 곳으로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감정 상태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친절하기도 불친절하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보편적인 양상인 것 같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상태에 집착하여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참으로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그곳이 공공의 장소일 때는 더더욱...

 우리가 무심코 내뱉은 불친절한 언행은 상대방과 자신 모두를 싸구려로 만들어 버리고 말 것이며 그 공간도 격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완서님의 글에서 이런 글귀를 보고 마음에 오래 남은 기억이 있다. 후배 작가와 일본 여행중에 겪은 일로 자동 발매기로 버스표를 뽑고 잔돈을 덜 돌려받은 것을 가게 주인에게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기계 상태로 보아 전혀 고장의 흔적이 없음에도 그 주인이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응대하며 그날 발매한 모든 발매건수와 수입금을 몇 시간을 들여 일일이 맞춰본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준 사건에 따른 글이었다. 결국 가게 주인이 긴 시간 확인 작업중에 후배의 주머니에서 덜 돌려 받은 줄 알았던 잔돈이 발견된 것을 알았지만 차마 밝힐 수 없었던 사연이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들의 그 친절은 지독한 자부심과 우월감의 소산이 아닐까.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친절이 우월감의 소산이라면 우리의 불친절은 열등감의 소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