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가에서

매일의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저녁 강가처럼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저녁강가 단상 208

친구의 눈물

직장의 동갑내기 친구와 저녁을 먹고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몇 일 전 김창완 콘서트에 갔고 첫 곡에 통곡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첫 곡은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였다. 최근 우리는 직장에서 늘 보던 우리 동료와 상관을 각각 떠나 보냈다. 황망함에 눈물도 제대로 흘리지 못한 채 떠나 보냈다. 그 과정마저도 우리에겐 실수없이 처리해야 하는 하나의 업무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일상은 마음의 빈자리를 금방 채웠고 우리는 마치 먼 과거에 있었던 일인양 살아가고 있었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며 그 노래를 들었다. 나도 눈물이 많이 났다. 우리의 눈물은 마치 풍선처럼 부푼채 눌러져 있던 슬픔이 터져 나온 것 같았다. '슬픔은 오늘 이야기 아니요 두고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 ' 노..

저녁강가 단상 2024.07.16

나이듦 받아들이기

최근에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한 선배는 한 달전에 65세 이상에게 주는 어르신 교통카드를 받았다면서 쑥스러워하며 보여준다. 아직은 새내기(?) 어르신인지라 지하철을 탈 때 "감사합니다"라는 멘트가 너무 신경쓰인다고 한다. 우리는 지하철 개찰구 통과시 들리는 멘트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당사자에게는 그 좋은 "감사합니다"라는  단어가 " 나 65세 이상  노인이오" 하고 공포하는 것이니 거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사회적 시스템이 인지하는 자신의 모습이 일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그 일치가 반드시 행복의 척도는 아닐 것이다. 단지 그 경계선을 자연스럽게 넘어서는 것이  누구나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 어머님의 모습에..

저녁강가 단상 2024.06.19

출퇴근 길의 루틴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은 가장 최적의 출퇴근 루틴을 정한 뒤 매일 반복하게 된다. 나는 한시간 정도 걸리는 출퇴근 길에 버스, 동해선, 지하철을 거친다. 그 길은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 익숙한 길을 처음 갈때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마치 광야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스쳐 지나가는 행인들도 매우 유해하게 느껴진다. 아주 익숙해지고 나면 내가 가는 그 길에 마치 투명관이 씌워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스쳐 지나가도 나의 길은 안전하다. 그 길은 나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길이며 이리저리 살필 필모가 없다. 이것은 몸과 생각의 스마트한 합동작전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생각이라는 주인이 정확하게 판단하고 지시하였고 몸은 성실히 그 지시를 따..

저녁강가 단상 2024.03.09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다스림

사람들이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욕망을 드러낼 때 매우 불편하고 위태롭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직하게 자신을 들여다 보면 내 속에도 동일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솔직하지 못한 내가 그들보다 덜 도덕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정직하기 위해 내 속의 감정을 드러내는게 맞는가. 우리 마음속에 악독과 분냄과 온갖 더러운 죄가 가득하다고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죄를 다스리라고 하셨다. 내 속에 있는 죄들이 밖으로 빠져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떠한 핑계로도 옳지 않은 것이다. 내 의지로 그것들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아도 끊임없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하여 다스리고 통제하려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솔직함을 핑계로 악이..

저녁강가 단상 2024.03.07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은 항상 흔들린다. 특히 우리의 기분은 더 취약하여 마치 깃털같이 팔랑거린다. 나의 마음과 기분이 그런 것을 보면 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그들의 기분에 따라 흘러 나온 말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주된 생각이 아니라 잠깐의 기분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 말이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다는걸 우리는 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나의 팔랑거리는 기분에 휘둘려서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하겠다. 순간의 기분에 따른 여파는 마치 다이너마이트의 폭파와 같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깨뜨리고 내 마음의 자유와 평화를 빼앗아 생활환경을 송두리재 뒤흔들어버린다. 우리는 망나니처럼 날뛰는 감정과 기분..

저녁강가 단상 2024.02.28

육체와 정신

어느날 친구가 요즘 깜박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고 흥분하며 얘기하기를, 외출을 하면서 카드지갑을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를 타고보니 없더란다. 결국 창피를 당하고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고 한다. 쉰 중반이 되고보니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건 얘기거리도 못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런 일은 당연히 겪게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가. 그런 의구심이 들었고, 문득 우리 인간을 구성하는 성분과 역할에 대해 생각이 좀 길어졌다. 친구는 분명히 생각으로는 카드지갑을 외출가방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이다. 생각만 한것을 행동한 걸로 착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없이 한 행동은 어떤가. 집을 나서며 가스 밸브를 잠궜는지 기억이 안나서 다시 돌아왔을때 밸브가 잠겨져 있었던 적이 자주..

저녁강가 단상 2023.08.19

주님이 주인되는 삶

예수님이 주인되는 삶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주인이 길을 잘 알고, 선한 분일 때 우리는 그 주인만 잘 따르면 목적지에 잘 도착할수 있다. 주인이 선하지 않든지 무지하든지 하여 한가지만 부족해도 우리의 여정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이 주인되는 주도적인 삶을 매우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모든 것을 다 아는 선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은 이기적이고 욕망에 이끌린다. 우리는 무지하여 자신을 위한답시고 잘못된 길로 달려갈 때가 허다하다. 자신의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확보해 주지 못할 때가 훨씬 많다. 인간을 지으신 창조주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고 우리의 여정도 목적지도 모두 다 훤히 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소유된 자들..

저녁강가 단상 2023.03.22

일상을 살아내는 것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아침, 친구에게 보낸 안부 메시지에 대한 답. "연휴 후유증... 아... 또 시작인가... 어떻게 또 가지..." "우리가 매일매일 즐거움과 기대와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하루를 시작할 때 늘 하루치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그러나 정해진 길을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한걸음씩 내딛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곳곳에 숨겨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큰 원동력이 될 때도 있다. 매일이 즐거움과 행복으로만 가득한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그것이 비정상이 아닐까... 그렇게 답을 했다.

저녁강가 단상 2023.01.26

쓰기의 위대함

한동대 이재영 교수의 세바시 강연 "노트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를 들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강의를 하는 교수였지만 연구실적을 낼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웠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죽음을 결심하며 흥해읍 재래시장을 배회하던 중에 깻잎을 팔고 있는 검게 그을고 주름 자글한 할머니를 만난다. 그는 '할머니와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고,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인생이며, "인생이라는 것이 위대하게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살아내는게 위대한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길로 돌아와 노트에 자신의 인생을 들여다 보며 쓰기 시작하여 삼 일 밤 낮을 먹지도 자지도 않고 써내려 가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쓰기'의 위대함.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

저녁강가 단상 2022.02.19

지금, 여기

코로나 이후 교회 모임을 최소화 하면서 토요일 교회 청소를 딸과 둘이서 한다. 더구나 오늘은 딸이 외출하여 혼자하게 되었다. 미룰 수 있는데까지 미루다가 저녁에서야 청소하러 내려갔다. 보통은 최대한 빨리 후다닥 해치우는데 오늘은 기도 배경음악을 켜고 청소를 시작했다. 기도 음악과 차분한 걸레질에, 마음속에는 기도문 같기도 하고 내 생각 같기도 한 것이 피어올랐다. 한 주간의 일들이 돌아봐졌고 후회스러웠던 순간과 함께, 그 이전에 주께서 내게 그것에 대해 미리 대비하도록 하셨던 것도 기억났다. 내가 내 자아가 아닌 믿음으로 주님을 계속 갈망하며 주의 뜻에 예민했다면 놓치지 않았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내 믿음의 부족함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절망이 밀려왔다. 아. 그런데 믿음도 하나님이 선..

저녁강가 단상 202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