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시간에 맞춰 가족들이랑 만나, 드디어 영화 '국제시장'을 봤다. 개봉된지 좀 지나서 보게 되는 영화는 주워들은 주위의 반응들로 인해 영화 관람에 다소 방해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긍정적인 반응들에 비해 보수니, 신파니, 작품성이 어떻느니 하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나와 우리 가족들은 무척 감명 깊게 봤다.
영화, 잘 모르지만 대중예술의 대표 주자라고 볼때, 아무리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어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웃음과 눈물로 함께 공감한 두시간여를 보내고 일어설 때 우리에게 남겨진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도 무려 국민의 5분의 1일에 해당하는 대중에게 말이다. 그 가치는 극히 일부분에게 예술적 감흥을 준 작품과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가장, 그 무게를 나는 잘 알 수 없지만
가난한 나라가 자기 땅의 백성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을 때 그 가장의 삶의 무게는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무거웠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 영화를 통해 6.25 전쟁,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 이산가족찾기 등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교과서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 녹아있을 때, 경험이 없는 지금 세대들에게 울릴 공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하여 노인의 이해못할 고집스런 행동들에, 기성 세대의 답답한 똥고집에도 지금의 젊은이들이 '꽃분이네' 간판을 기억하며 한 발 물러서 잠시나마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만 있어도 이 영화는 충분히 '천만 영화'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통에 동생을 업고 가다 영영 잃어버린 오빠, 그 동생과 이산가족 찾기에서 재회하는 장면 등은 오랫동안 뭍어두었던 슬픔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영원한 희극인 달수로 인한 웃음들...
부부싸움하다 국기 하강식에 가슴에 손을 얹은 부부,
눈물을 볼에 묻힌 채 웃게 만든 장면들이다.
국제시장에 나타난 이름없던 시절의 정주영, 앙드레김, 이만기 그리고 남진...
가장의 어깨에 메어있는 삶의 짐으로 인해 함께 헉헉거릴 즈음에 깨알 같이 숨겨둔 재미들도 만만찮다.
집으로 돌아올 땐 눈도 붓고 목소리도 잠겨 별 말없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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